선입견 너머의 진짜 모습
한 달쯤 지나, 아이들과 서로 익숙해질 무렵이면 학부모님의 전화도 부쩍 늘기 시작한다. 그날도 마찬가지였다. 은호(가명) 어머님에게 전화가 왔고 조심스럽게 말을 꺼내셨다.
어쩌면 대부분의 부모님들이 걱정하는 부분일지 모른다. 나는 미소가 지어졌다. 내가 아는 은호의 모습이라면 어머님을 안심시켜 드릴 수 있을 것 같아서다.
은호는 내성적이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있는 아이였다. 친구들과 잘 어울렸고, 며칠 전의 장면이 떠올랐다.
그날, 자유시간에 TV로 주니토니의 구구단 노래를 틀어주었는데, 2단이 나오자마자 은호는 환하게 웃으며 말했다. "이거 제가 제일 좋아하는 노래예요!"
정말 흥이 넘치는 모습이었다.
하며 목청껏 따라 부르던 은호의 얼굴은 아직도 선하다.
2단!
2~~~~ 씩 불어~
2~~~~ 씩 불어~
2씩 불어나는 2단~~
3단!
3·6·9. 3·6·9~~
3·6·9. 3·6·9~~
3씩 불어나는 3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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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단이 나오자 흥이 절정에 달한 은호는 옆 친구를 향해 "같이 하자~"라고 말하며 더 신나게 춤을 추었다.
그 장면을 어머님께 전해드렸다. 어머님은 놀란 목소리로 말씀하셨다.
"도저히 상상이 안 가요. 집에서는 말도 없고 항상 조용한데..."
나는 조심스레 덧붙였다. "성격이 조용한 면도 있긴 해요. 그렇다고 얌전히 참기만 하는 아이는 아니에요. 자기 의견도 또박또박 말하고 발표도 잘하고, 친구가 억울한 일을 당하면 '그건 아니잖아!' 하고 말할 줄도 알아요. 화가 나면 입이 살짝 튀어나오고 뾰로통한 얼굴로 등을 돌리기도 하죠. 불만이나 감정을 말로 잘 표현할 줄 아는 아이예요."
잠시 말을 멈춘 후 다시 말을 이었다.
"어쩌면 외동이라서 어머님 앞에서는 더 부끄럽고 여린 모습을 보일 수도 있어요. 하지만 교실 안에서는 제법 자기 세상과 관계를 넓혀가는 중일수도 있어요. 자기만의 색깔을 찾아가고 있는 중이죠."
"선생님 말씀처럼 진짜 그랬으면 좋겠어요."
어머님은 여전히 믿기 어렵다는 듯 말씀하셨다.
우리 아이가 춤을 춘다고요? 정말요?
그 말씀이 계속 마음에 남아, 나는 아이가 신나게 춤추던 영상을 어머님께 전송해 드렸다.
잠시 후 도착한 답장에는 놀람과 안도의 감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세상에나 우리 애가 춤을 추네요.ㅎ 감사합니다. 선생님! 돌봄 교실에 가서 잘 지내는 듯하여 마음이 놓이네요 선생님께서 항상 신경 써주시고 잘 보살펴 주셔서 그런가 봐요.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아이들은 참 신비롭다. 내 자녀조차도, 내가 아는 모습과 학교에서의 모습이 전혀 다를 때가 있다.
공간에 따라, 관계에 따라 아이들은 정말 다양한 얼굴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그리고 나는, 그 얼굴들을 누구보다 가까이서 바라볼 수 있는 사람이다. 그게 얼마나 특별하고 소중한 일인지, 그날은 뿌듯하기도 하고 어깨가 무거워지는 날이었다.
구구단송/이미지 출처
https://youtu.be/iQIkgz9P-nM?feature=shar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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