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 자랑 대잔치

돌봄교실 급식 토크

by 빛나다온

출근하면 학교에서 점심을 먹는다. 점심시간이 다가오면, 오전의 분주했던 시간도 잠시 멈춘 듯 친한 선생님과 눈빛을 주고받으며 "가요~" 하고 급식실로 향한다.

오늘은 또 어떤 메뉴가 나올까? 메뉴 생각에 발걸음은 절로 가벼워진다. 급식실 문을 열고 들어서면 따끈한 밥과 정성 가득한 반찬 냄새가 마치 "어서 와요~" 하듯 반갑게 맞아준다.

영양사님 조리사님 조리원님께 "안녕하세요~ 잘 먹겠습니다!" 인사를 하면 환한 웃음과 함께 "맛있게 드세요~" 라는 인사가 돌아온다. 따뜻한 인사 속에서 식판에 담긴 음식이 단순한 한 끼가 아니라 분들의 정성과 배려라는 걸 새삼 느낀다.


식판에 따끈한 밥, 알록달록 정갈하게 담긴 반찬,
귀여운 디저트까지 감사한 마음으로 식사를 마치면 하루 중 가장 든든한 시간이 시작된다.

돌봄 교실로 돌아와 잠깐 숨을 돌리면 아이들이 들어오기 시작한다. 가방을 내려놓자마자 목소리부터 튀어나오는 아이들.



"선생님! 오늘 떡볶이 진짜 대박이에요."
"돈가스도 짱이었어요. 저 두 번 먹었어요."
"된장국 국물에 밥 말아먹었는데 진짜 맛있었어요~"

각자 오늘의 '급식 하이라이트'를 들고 찾아온다.
"나는 샐러드가 제일 맛있었어요! 진짜 꿀맛!"
"나는 떡볶이랑 밥 비벼 먹었는데, 그게 최고였어요."
"근데 오늘 딸기 진짜 달았죠? 완전 설탕처럼 달았어요."

그러다 누군가 못 먹은 메뉴를 말하면,
"헐~ 너 그거 안 먹었어? 진짜 맛있었는데! 아깝다~"
하며 진심 어린 아쉬움을 전하기도 한다.


급식 자랑은 끝이 없다. 정말 사소한 이야기 같지만, 아이들에게 '오늘의 급식'은 하루 중 가장 생생한 경험이자 서로를 연결해 주는 따뜻한 대화의 시작이 된다.

나도 자연스럽게 대화에 끼어든다.
맞아, 돈가스 진짜 부드럽고 맛있던걸~
된장국에 감자 들어간 것도 구수했지?

함께 공감해 주면 아이들의 눈빛은 더 반짝이고,

"선생님도 먹었어요? 우리랑 똑같이 먹었네요"
마치 친구가 된 듯 기뻐한다.

아이들과 같은 음식을 나누고 같은 맛을 기억하고, 같은 감정을 공유하는 순간들. 소소하고 따뜻한 공감이 쌓여 우리는 조금씩 가까워지고, 돌봄 교실의 오후는 언제나 그렇게 활기차게 시작된다.


한국인들은 "밥 먹었어?"라고 인사를 자주 한다.
어색한 사이에서도 '잘 지냈어?' 대신
"밥 먹었어?"라고 먼저 묻는 우리의 정서.
그 말속엔 단순한 인사를 넘어선 따뜻함이 담겨 있다.


결혼 전에 시댁에 놀러 가면 시어머님께서 밥 먹었냐는 인사로 항상 나를 챙겨주셨다. 친정어머니가 돌아가셨던 난 그 말이 너무나 따스하게 다가왔다. 배는 고프지 않은지, 오늘 하루는 괜찮았는지 은근한 관심과 정이 녹아 있는 마음의 표현.

그래서일까. 아이들도 "선생님, 오늘 급식 진짜 맛있었어요!" "저는 두 번이나 먹었어요!" 하며
먹은 이야기를 먼저 꺼낸다. 그 말은 인사처럼 진심처럼 다가온다.

먹은 걸 기억하고 맛있다고 자랑하는 이 시간.
단순한 음식 이야기가 아니라 '서로를 챙기는 따뜻한 방식'이라는 걸 함께 배운다.

건들면 터질까 조심스러운 고이 접어 마음속에 간직하고 싶은 장면들, 글로 풀어낼 수 있음에 감사하다.

이 사진들은 최근 몇 년 동안 틈틈이 찍어두었던 사진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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