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식시간, 손끝에서 피어나는 예절

달콤한 오후의 틈

by 빛나다온

단체프로그램이 끝나면, 아이들이 가장 기다리는 간식 시간이다.


집~중, 짝!

집~중, 짝!

집~중, 짝!


익숙한 구호가 교실을 울리면, 아이들은 일제히 박수를 치며 제 자리로 돌아온다. 서로 수군거리던 속삭임도 조금씩 사라지고, 교실에는 간식을 기다리는 설렘만 가득하다.

간식 먹기 전에 손부터 씻어야 합니다~!

(매일 자주 손 씻기는 반복되지만 아이들에겐 계속 얘기를 해줘야 한다.)

"오늘 간식은 사과랑 마카롱입니다. "

내 말에 아이들 눈이 반짝인다.


와~~~ 마카롱 맛있겠다.

선생님~ 다 같이 손 씻으러 가면 안 돼요?

화장실 줄 서는 거 진짜 재밌는데요~

저요! 저요! 진짜 진짜 빨리 씻고 올게요!


응석인지 장난인지 모를 귀여운 재촉에 웃음을 참기 어렵다. 서로 말하다 보면 어수선해진다.

난 또 구호를 외친다.


집~중 짝!

모두 박수 박자가 맞을 때까지 하다 보면 어느새 다시 고요해진다.

단체로 가면 장난치고 정신없어서 안됩니다~

남학생 한 명, 여학생 한 명씩 차례로 다녀오자!


화장실이 바로 앞인데도 무섭다고 말하는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처음엔 둘씩 보냈다. 하지만 물을 튀기며 장난치는 모습을 여러 번 본 뒤, 나만의 작은 원칙을 만든 것이다. 남학생 여학생 한 명씩 보내는 것. 조금 느리지만 가장 평화롭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그럼 저요! 저랑 수민(가명)이가 먼저요!

우진(가명)이가 누구보다 빠르게 손을 들며 외친다. 그러고는 슬쩍 수민이를 바라보는데,

수민이도 손을 들어 보인다. 원래는 하교가 빠른 친구들이랑 조용히 기다리는 친구부터 이름을 불러주지만, 두 아이의 준비된 마음을 알아본다.


그래, 우진이랑 수민이 먼저~

그다음 지훈(가명)이랑 예린(가명)이~


내 말을 기다리던 아이들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바라본다. 누가 먼저 불릴까 기대하는 그 눈빛이 사랑스럽다. 아이들은 릴레이처럼 짝을 지어 차례로 손을 씻으러 다녀온다. 서로 기다리는 것도 작은 경쟁이 된다.


어떤 아이는 손 씻고 오는 길에 허공에 손을 흔들며 깨끗하죠? 자랑하고, 어떤 아이는 친구 손을 슬쩍 잡아보며 "너 진짜 씻었어?" 장난을 친다.


모두 손을 씻고 오면 나는 부드럽게 말한다.


깨끗한 손에만 주는 간식이야~

(간혹 물만 묻히고 오는 아이들이 있어 손바닥을 확인하고 다시 씻으러 보내기도 한다.)


여기, 사과랑 마카롱!

접시에 담아서 나눠준다.

간식을 받아 든 아이들은 신이 난 듯하다.


어떤 아이는 사과를 4조각 달라고 하고 어떤 아이는 앞니가 흔들린다며 두 조각만 달라한다. 어떤 아이는 마카롱을 반으로 쪼개서 아껴먹고, 누군가는 마카롱을 콧등 가까이 가져가

냄새를 맡고는 "음~ 달달한 냄새!"라며 감탄한다.


선생님, 마카롱 정말 맛있어요!

선생님, 싸가서 동생 주고 싶어요.


아이들의 반응은 정말 다양하다. 누군가는 마카롱을 먼저 먹고, 누군가는 사과를 먼저 먹고,


더 먹고 싶은 친구들은 더 줄게요~다 먹고 나서 말해요~ 말이 끝나기도 전에 바로 튀어나오는 목소리들.


선생님! 사과 더 주세요!

마카롱도 하나만 더요!


물론 간식은 인당 정해져 있지만, 아이들의 기호에 따라 안 먹는 간식이 생기면 더 먹고 싶어 하는 친구들에게 공평하게 나눠준다.


간식 시간은 단순히 먹는 시간이 아니다. 손을 씻는 습관을 배우고, 기다림과 순서를 익히고, 나눔과 예절을 자연스럽게 익혀가는 시간이다.


선생님~ 내일도 손 씻고 먹어요?

그럼 제일 먼저 갈래요!

내일은 머 먹어요?

바나나도 나오고, 딸기도 나와요?

내일은 요구르트 나왔으면 좋겠어요!


아이들에게 간식 시간은 소소한 기대와 설렘이 가득한 하루의 하이라이트.손 씻는 것도, 기다리는 것도 이제는 놀이처럼 즐거운 일상이 되었다.


작은 손끝에서, 예절이 자라고, 나 역시 자라고 있다.




#돌봄 교실

#간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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