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아사건

사라진 아이, 그리고 팔찌 사탕

by 빛나다온

점심시간이 끝나면 아이들이 하나둘 돌봄 교실로 들어오기 시작한다. 언제나처럼 다정한 인사와 함께 나의 오후도 시작된다.


선생님, 오늘 급식엔 스파게티랑 불고기 나왔죠?
스파게티 한 번 더 달라고 했어요!

오늘도 어김없이 급식 자랑은 빠지지 않는다.
도서관에 다녀올 시간을 주고, 곧 시작될 단체 수업을 위해 출석체크를 다.

그런데...
"어? 동현이가 안 보이네?"

고개를 들어 교실을 둘러본다. 평소에도 좀 늦게 오는 편이긴 한데, 오늘은 너무 늦는다. 혹시 본 친구 있느냐 묻자, 한 아이가 손을 든다.
"아까 운동장에서 노는 거 봤어요!"
그 말에 심장이 쿵 내려앉는다. 지금 밖에 찾으러 나가고 싶어도 교실엔 20명이 넘는 아이들이 있다.
프로그램 강사님이 오시면 그때 나가는 수밖에 없다. 담임 선생님께도 연락해 보고, 다른 반 돌봄 선생님께도 확인해 본다. 끝내 어머님께 전화를 드린다.

"어머님, 동현이가 아직 돌봄 교실에 오지 않아서요. 혹시 일찍 귀가한 건 아니죠?"

"아니에요~ 돌봄 교실에 있다가 태권도 학원 가야 하는걸요 애가 어딜 갔을까요? 혹시 집에 갔는지, 집에도 한번 알아볼게요."

"동현이 찾으면 저도 문자 남길게요."

통화를 마치고 나도 모르게 한숨이 새어 나온다.
마음은 조급해지고, 동시에 걱정이 쌓인다.
프로그램 강사님이 오신 후 교실을 나와 아이를 찾기 시작했다. 화장실, 도서관, 복도. 강당, 운동장 아무리 찾아도 보이지 않는다. 나랑 길이 어긋났을까 프로그램 강사님께 전화로 확인을 해본다.

문득 어제 아이들끼리 나눴던 대화가 떠올랐다.

"나 내일 용돈 받는다? 문구점에 가서 맛있는 거 살 거다?"
"우와 좋겠다. 나도 먹고 싶다."
"내가 사서 좀 줄까?"

혹시...

나는 곧장 학교 앞 문구점으로 향했다. 문구점 문을 열자, 과자 코너 앞에 서 있는 익숙한 뒷모습이 보인다. 그 모습이 반가우면서도, 순간 울컥한다.

"동현아! 너 여기서 뭐 해!"
아이는 깜짝 놀라 어깨를 들썩인다.
"앗! 선생님, 저 그냥... 뭐 살까 고민 중이었어요."
"지금 몇 시인지 알아? 수업 시작한 지 한참 지났어!"
"죄송해요~"

놀란 마음에, 나도 모르게 목소리가 높아졌다.
"선생님이 왜 화났는지 알아? 늦은 것도 문제지만, 네가 뭔 일이라도 생긴 지 알고 걱정했잖아~ 평소보다 훨씬 늦으니까 선생님 놀랬잖아~~"

아 죄송해요. 근데요 1,000원으로 뭘 살까 고민하다 보니...


용돈 쓰는 건 좋은데 교실에 늦게 들어오고 선생님 걱정하게 하라고 어머님이 주신 건 아니겠지? 학원차 기다릴 때 쓸 수도 있었을 텐데. 자, 어서 들어가자. 다들 기다리고 있어. 수업 끝나고 우리 더 이야기하자


아이는 풀이 죽은 듯 고개를 숙였다가, 손에 들고 있던 걸 숨기며 말한다.

"그럼 이 사탕은 숨겨두고 가면 안 돼요?"
나는 물끄러미 그것을 바라보다가 말했다.

"팔찌 산 거야?"
"아뇨. 사탕이에요."
"이게 사탕이야? 선생님 보기엔 팔찌인데?"
"아니에요! 사탕이에요! 진짜예요.~"

순간 아이는 기회를 잡았다는 듯, 손목에 걸린 그것을 한 알 뜯어 입에 넣는다.

"엥~ 진짜 사탕이네?"
나도 모르게 웃음이 새어 나오려는 걸 억지로 참았다.
"이런 사탕도 있는 거야"

"네... 맛있어요 선생님도 드릴까요"

"아니........"

요즘 유행인 사탕팔찌


동현이는 얼마 전 바깥놀이 시간에, 모래 위에 선을 그리고 그 끝에 ‘사랑해요’라고 써놓았던 아이이기도 하다. 귀여움이 한도 초과인 아이. 내가 화를 내도 자기를 얼마나 아끼는지를 안다.

손잡고 교실로 돌아오면서도 우리 둘은 계속 옥신각신했다. 엄마와 아들처럼... 교실에 들어서자 아이들은 하나같이 궁금한 눈으로 바라본다.

"동현아, 어디 갔다 왔어?"

동현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자리에 앉는다.
나는 어머님께 아이를 찾았다고 문자를 보내고, 조용히 수업을 이어갔다. 그날 이후 동현이는 용돈을 들고 학교에 오는 일이 없었다. 아마도 그날, 어떤 과자를 선택할지 한참을 씨름했을 것이다.

젤리, 쫀득이 or 사탕팔찌?
그 사이에서의 달콤한 방황.

나도 어릴 적 학교 앞 문구점에서 불량식품 하나에 세상을 다 가진 듯 기뻐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래서 동현이의 마음이 이해되다가도...

휴~~
아이들과 함께 보내는 일상이 분명 보람되기도 하지만, 가끔은 이렇게 심장이 내려앉는 날도 있다.
아이들은 아직 모르겠지만, 그 작은 손 하나에 어른들의 하루가 얼마나 흔들리는지 언젠가는 알게 되겠지.





#돌봄 교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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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탕 팔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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