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주인공은?

용기가 필요한 관찰 수업

by 빛나다온

이 글에는 뱀사진이 등장합니다. 임산부, 심약자, 그리고 뱀을 화면으로도 못 보는 분은 스크롤에 주의하세요.


"야! 야! 과학선생님 오신다."
"선생님, 오늘도 토끼 또 와요?"

"토끼 귀여운데..."


과학실험 선생님의 발걸음을 유심히 바라보던 아이들의 눈빛엔 기대가 가득했다. 그동안 우리 교실을 찾아왔던 동물 손님들은 하나같이 귀엽고 친근했다. 토끼, 고슴도치, 앵무새, 햄스터, 도마뱀, 카멜레온까지 아이들의 손길이 닿는 곳마다 '귀여워~'라는 말이 나왔으니까.


그런데 오늘의 케이지는 뭔가 달랐다. 과학 선생님이 케이지를 책상 위에 올려놓는 순간, 아이들의 입에서는 함성이 터져 나왔다.

"으악!"
"헉, 설마... 진짜 뱀이에요?"
"윽, 징그러워~"

오늘의 수업은 파충류, 바로 뱀 관찰 수업입니다.

나도 놀라고, 아이들도 놀랐다. 일단은 후퇴! 하지만 궁금해서 도저히 못 참는 건 역시 아이들이다.

처음 뱀의 정체를 확인한 순간, 반응은 두 부류로 갈렸다. 뒤로 물러나 벽에 바짝 붙는 아이들, 그리고 고개를 빼고 슬금슬금 다가오는 아이들.

"전 감상만 할게요. 눈으로요."
"선생님, 얘 왜 혀를 날름거려요?"

"누굴 부르는 것 같아요."
"꿈틀이 같아요."

공비단뱀 또는 볼파이톤이라 불리는 뱀인데 성체가 되기 전이라 작다고 한다. 그래도 징그럽다.
처음엔 긴장하던 아이들도 어느새 호기심이 앞서기 시작했다. 두려움과 궁금증이 뒤섞인 표정들. 과학 수업이 아니라 마치 극한 체험을 하는 것 같았다.

투명한 케이스 너머로 뱀의 움직임을 따라가는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비늘의 질감, 꼬리의 길이, 눈의 위치, 그리고 날름거리는 혀까지. 각자의 방식으로 관찰하고, 느끼고, 기록했다.

"얘, 생각보다 예쁘게 생겼어요."
"비늘이 반짝거려요."
"물방울무늬가 이뻐요."
"자꾸 보니까 귀여워요."
"뱀이 착한 것 같아요."(착한 뱀도 있나?)


교실 안에 또 한바탕 웃음이 퍼졌다. 작은 뱀 한 마리가 아이들의 상상력과 언어 감각을 이토록 자극할 줄이야.

과학 선생님이 조심스럽게 말했다.
"자, 이제 한 명씩 만져볼 거예요. 무서운 친구들은 눈으로만 봐도 좋아요."

"으윽 저는 다음에요."
"등만 살짝 만져봐도 돼요?"
"선생님, 저 먼저 할래요!"

2학년 민주(가명)가 손을 번쩍 들었다. 그 모습을 본 남학생들도 하나둘씩 용기를 내어 뱀의 등을 조심스레 쓰다듬었다.

사진은 몇장만 편집해서 올립니다.


나는 사진을 찍으며 말했다.
"얘들아! 선생님은 사실 뱀이 제일 무서워 너희들 진짜 대단하다."
수업이 끝날 무렵, 한 아이가 말했다.
"선생님, 그냥 동물일 뿐이에요. 이제 안 무서워요."

관찰일지 한쪽에는 이런 문장이 적혀 있었다.
뱀은 우리가 무서워했던 동물이지만, 알고 보니 조용하고 겁도 많은 동물이었다.

아이들의 상상력은 수업이 끝난 뒤에도 계속되었다.
"선생님, 이 뱀 돌봄 교실에서 키우면 안 돼요?"
농담이겠지만, 나는 단호하게 말했다.
"안 돼. 절대 안 돼. 선생님은 뱀 진짜 무서워해요."

아이들은 깔깔 웃었다. 다 큰 어른이 뱀을 무서워한다는 게 웃긴 건지, 선생님의 반응이 귀여운 건지. 그 웃음 속엔 오늘 수업으로 아이들이 느꼈던 용기와 배움, 그리고 생명을 향한 따뜻한 시선이 담겨 있었다.

무섭고 징그럽다고만 여겼던 존재도 눈으로 보고 마음으로 마주한 순간 달라진다. 아이들 마음에 오래 남을 생생한 수업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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뱀이름: 볼파이톤 (Ball Python)

특징: 몸통이 굵고, 물방울무늬처럼 불규칙한 무늬가 있는 게 특징.
성격: 온순하고 공격성이 거의 없어 어린이 과학 체험용으로 자주 쓰임
크기: 성체 기준 약 90~120cm 정도
종류: 볼파이톤 (온순하고 체험용으로 많이 사용)
현재 사진 속 개체: 유체 또는 어린 개체로 길이 약 40cm 내외
특징: 작지만 체형은 통통하고, 무늬가 선명해서 아이들 눈길을 끄는 스타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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