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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장 놀이

심부름을 좋아하는 아이들

by 빛나다온

아이들은 심부름할 사람~ 하면 서로 "제가 할래요!" 하고 외치며 눈을 반짝인다. 칭찬이 듣고 싶다거나, '나를 필요로 한다'는 기분에 좋아서 일 수 있다. 이유는 달라도 손을 번쩍 드는 순간만큼은 진심이 된다. 그래서 생각해 냈다. "우리 돌봄 교실에도 반장을 만들어볼까?" 이름하여 '돌봄 교실 반장'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교실 한가운데에서 손들이 폭죽처럼 '팡' 하고 터진다. 늘 조용하던 아이마저 의자에서 엉덩이를 떼고 날아올 기세다.

"저요! 저요!" 특히, 학년 교실 반장 선거에 아쉽게 떨어졌던 2학년 아이는 눈빛이 활활 불타오른다. 그 순간 교실은 작은 선거장이 된다. 경쟁이 또 다른 상처를 남길까 봐 공평하게 돌아가면서 일주일씩 특별한 임무를 맡기로 한 것이다. 임무는 소박하다.


- 선생님 심부름하기
- 교실 이동할 때 줄 세우기
- 전등 켜고 끄기
- 간식 시간 도우미


어른들에게는 사소한 일이지만, 아이들에게는 대통령 자리보다 더 빛나는 자리가 된다. 첫날부터 웃음이 터진다. 요리 수업을 위해 줄을 세우고 "출발!"을 외치자, 반장이 혼자 쏜살같이 뛰어나간다. 나와 뒤따르던 아이들은 일제히 멈춰 서서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반장을 쳐다본다.

"야! 반장이 줄 어기면 어떡해!"

아이들 외침에 반장은 "반장은 원래 앞장서서 가는 거라고 생각했지..."라며 변명한다.


영화를 보려고 전등을 끄라 했더니 재미가 붙었는지 껐다 켰다를 반복한다. 밝았다, 어두웠다 반복되자 아이들의 불만이 터졌고, 결국 반장은 황급히 제자리로 '줄행랑'을 친다.


간식 시간 해프닝도 빠질 수 없다. "내 건 왜 이렇게 적어?" "저게 더 많은 것 같은데?" 투덜거리는 소리 속에서 반장은 의젓하게 말한다. "다 똑같아~ 착각이야!" 하지만 슬쩍 자기가 가진 간식이 더 큰 건 아닌지 확인하는 모습이 나를 웃게 한다.


한 번은 2층 교실에 심부름을 보냈는데, 한참 뒤에나 돌아온다. 이유를 물으니 선생님이 심부름값으로 주신 간식을 혼자 몰래 먹고, 오는 길에 친구와 수다를 떨다 늦었다는 솔직한 '고백'을 한다. 서툴고 엉뚱하지만 그 작은 자리는 아이들에게 추억을 선물하고 교실을 더 활기차게 만든다.


돌봄 교실 반장은 이렇게 작은 해프닝을 선사했다. 다음 주 반장은 또 어떤 특별한 웃음을 가져다줄지 기대가 되면서 운영이 잘 될지 모르겠다.



다음 편에서는 신나는 체육대회, 돌봄 교실 아이들 계주 참전기를 전해드리겠습니다.




#돌봄 교실

#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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