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
"선생님, 저 이사 가요!"
"으응? 어디로?"
"ㅇㅇㅇㅇ 아파트로요."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신축 아파트, 며칠 전 동현이 어머님과 통화 때 이사를 언급하셔서 알고는 있었다.
"그래? 동현인 좋겠네. 이사도 가고, 그것도 좋은 데로 가서 더 좋겠는걸?"
"아니요, 전 안 좋은데요."
"왜?"
"엄마가 이사 가면 전학 가야 한데요."
"그렇겠네. 지금 학교랑은 거리가 멀지."
"네... 전 이 학교 다니고 싶고 돌봄 교실도 여기서 다니고 싶은데. 선생님도 못 보잖아요."
말끝에 붙은 "못 보잖아요"라는 말이 가을바람처럼 쓸쓸하게 들렸다.
"그러게, 우리 동현이를 못 보겠구나. 어떡하지?"
"10월에 바로 이사 간 대요."
"그렇게나 빨리? 곧 10월인데..."
지난번 내가 썼던 글 <이 선을 따라가면>, <미아 사건>의 주인공인 애교 많은 동현이가 전학을 간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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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현아, 너는 교실 문을 열자마자 늘 먼저 달려와 안기던 아이였지.
간식을 두 번 먹고도 "선생님, 배고파요" 웃으며 더 달라고 했었지.
혼나도 걸을땐 항상 내 손을 꼭 잡고 걸었었지.
야단을 맞아도 눈웃음으로 되갚던 얼굴, 코를 파도 귀여웠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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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열해 보니 장점만 잔뜩인 아이를 못 볼 수도 있겠다 생각하니 마음이 허전했다. 동현이가 귀가하는 시간보다 20분 먼저 아이와 함께 나섰다. 가을바람이 선선해 운동장 놀이터에서 놀기 위해서다.
같이 시소를 타다 동현이가 말했다.
"선생님, 10월 되면 선생님 못 보잖아요. 선생님한테 전화해도 되죠?"
"그~~ 럼, 당연하지."
동현이는 휴대폰을 꺼내 들었다. 우린 서로의 번호를 입력했다. '번호 교환'이라는 작은 의식. 하지만 우리 사이에서는 그것이 마치 졸업식처럼 커다란 의식이었다. 운동장에서 이 학교와 마지막이 될지도 모를 기념사진들을 찍어주고 그 사진들을 동현이 번호로 전송해 주었다. 나와도 찍자고 해서 둘이 얼굴을 맞대고 셀카를 찍었다. 추석 연휴가 길어 좋아했는데 연휴가 지나면 동현이는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고, 정든 아이가 사라질 빈자리가 벌써 아릿하다. 해맑고 귀여운 아이, 내 손을 잡던 동현이의 손길을 다시는 느낄 수 없을지도 모른다. 동현이의 해맑은 얼굴을 보고 있자니, 학원차가 도착했다. 떠나는 차 안 창문 너머로 손을 흔드는 아이를 보며 나도 손을 흔들어주었다.
순간, 눈물이 날 것만 같았다.
"더 잘해줄 걸"
후회가 가을바람에 섞여 내 마음을 오래 흔들었다.
#돌봄 교실
#전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