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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육대회 계주 관전

돌봄 교실 아이들의 계주 참전

by 빛나다온

"선생님, 4명 뛰어서 1등 했어요!

근데 1등 한 친구끼리 또 뛰었는데 아쉽게 2등 했어요."
"선생님, 저 계주 선수 뽑혔어요."
"저도요! 저도 계주 선수예요."
아이들은 눈이 반짝반짝 벌써 운동장에 서 있는 듯 들떠 있었다. 그야말로 "계주 선수 인증 잔치"였다.
"얘들아! 오늘 계주 선수 뽑았구나?"
"네 에에에~~~"
한 목소리로 대답이 터져 나온다.

돌봄 교실 아이들만 해도 계주 선수가 무려 다섯 명. 청팀, 백팀으로 나뉘어 달리다 보면 승리의 기쁨과 패배의 아픔을 느끼게 될 것이다.

내가 뛰는 것도 돌봄 교실 대표로 뛰는 것도 아닌데 왜 가슴이 벅찰까? "이게 바로 한국 사람 특유의 감성인 건가." 오래전부터 이어져 내려온 뿌리 깊은 '우리'라는 하나 된 마음. 돌봄 아이들이 나간다는 이유만으로도 나는 이미 결승선 앞 관중석에 앉아 "응원단장"이 된 기분이다. 돌봄 교실엔 한 살 터울 남매가 다닌다. 1학년 여동생 유나와 2학년 오빠 민준. 둘 다 계주 선수로 뽑혔고 같은 백팀이었다.


드디어 체육대회날이다. 난 모자를 눌러쓰고 편한 복장으로 응원하기 위해 출근시간보다 일찍 서둘렀다. 아이들 줄다리기, 공 굴리기, 학부모 줄다리기, 댄스타임이 모두 끝나고 드디어 청백전 저학년 계주! 체육대회의 하이라이트는 역시 계주지.


저학년(1~3학년) 계주가 시작된다. 전교생과 학부모님의 뜨거운 함성 속에 첫 주자들이 출발선에 섰다. 아이들의 얼굴에는 비장함마저 감돌았다. 계주 선수들이 차례로 트랙을 달릴 때마다 내 심장은 더욱 격렬하게 뛰었다.
"우와! 잘한다."
"잘한다. 잘한다."
첫 주자 1학년 선수들은 누군지 모르지만 발이 정말 빨랐다. 청백팀 간격이 제법 벌어졌다. 청팀이 앞서는 상황이다.


드디어 1학년 유나 차례. 백팀의 바통을 이어받은 유나는 작은 체구지만 눈빛만큼은 결의에 차 있었다. 청팀 선수가 앞서 달리고 있었는데, 이게 웬일인가. 유나가 점점 속도를 내더니 간격이 서서히 좁혀졌다. 그리고 결국 역전! 그뿐 아니라 오히려 간격을 더 벌려놓았다. 운동장은 함성으로 가득 찼다.
"와아아아~~~"
나도 덩달아 "와아아아~~" 운동장을 가득 메운 응원에 묻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소리를 질렀다. "와아아아~~~"

유나가 벌려놓은 간격을 이어받은 2학년 백팀 선수. 하지만 청팀도 만만치 않았다. 금세 따라붙더니 다시 앞서 나간다. 청백팀이 번갈아 역전할 때마다 아이들의 이름이 울려 퍼지고, 내 심장도 내 엉덩이도 덩달아 들썩거렸다.

다시 백팀이 앞서면서 간격도 좁혀진 상황. 그때, 다음 주자에 낯익은 얼굴이 보였다. 건호였다. 계주 선수 명단에는 없던 건호가 왜 뛰는 거지? 어리둥절했지만 이미 운동장은 열기로 가득하다. 백팀이 많이 앞서던 상황곧이어 백팀의 민준이(유나 오빠)와 청팀 건호가 같이 대결하게 되었다.
"둘 다 힘내라! 힘내! 달려라 달려~"('달려라 하니'가 생각이 나는군)


민준이(유나 오빠)와 건호는 바통을 잡자마자, 그전에 벌어진 간격이 더 벌어지는 듯했지만 건호의 활약으로 간격이 점점 좁혀져 갔다. 청팀의 함성소리는 더 커졌다. 그러나 민준이(유나 오빠)는 선두를 지켰다. 건호도 너무 잘 뛰었다. 앞전에 벌어진 간격을 건호가 좁혀놓았지만 키가 크고 롱다리인 민준이를 앞지르지는 못했다.

여동생 유나가 역전을 만들어내더니, 이번엔 오빠 민준이도 백팀을 살려냈다. 돌봄 교실 남매의 환상 콤비 플레이였다. 건호 역시 깜짝 활약으로 큰 박수를 받았다.(계주로 나올 친구가 배가 아픈 바람에 건호가 대신 뛰게 되었다고 한다.) 건호 말고도 세명의 돌봄 교실 친구들의 활약은 대단했다.

지고 있던 청팀이 3학년 선수부터 다시 역전했다. 1, 2학년 백팀의 활약에도 청팀 3학년 남학생이 너무 잘 뛰었던 것이다. 결국 저학년 계주는 청팀의 승리! 아이들은 서로를 부둥켜안고 함성을 지르며 웃음과 아쉬움을 토해냈다.

나는 가슴이 벅찼다. 돌봄 교실 친구들이 달리는 그 순간, 그들의 표정과 땀방울, 작은 다리에서 뿜어져 나오던 힘이 너무도 눈부셨다. 고학년(4~6학년)까지 이은 계주의 결말은 역전의 역전을 거듭한 끝에 백팀이 우승했다. 고학년들은 확실히 파워가 무서울 만큼 남달랐다. "그래, 이게 바로 계주의 묘미지... 묘미" 계주의 점수가 제일 높은 관계로 100점 차이로 가을 체육대회는 백팀이 최종 우승을 차지했다.

체육대회가 끝나고 돌봄 교실에 온 아이들을 한 명씩 안아주며 말했다. "정말 멋졌어. 선생님은 너희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이 가장 좋았단다." 우리는 늘 '우리'라는 이름으로 함께하고 서로에게 힘이 되어주었을 것이다. 돌봄 교실 아이들의 활약을 보며 나는 새삼 '우리'라는 이름이 주는 따뜻한 힘을 다시 느꼈다.



연휴기간이라 댓글창도 잠시 휴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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