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낭제거수술을 하다.

뭘 이런 걸 다....

by bony

작년 여름, 건강검진을 하고 나서 며칠 후에, 복부초음파에서 담낭벽이 비후 해졌다는 소견이 나왔다.

추후, 외과로 가서 정밀검사를 받으라는 통지서가 날아왔다. 마른하늘에 날벼락같은 소리였다.

나는 최악의 시나리오를 내 머릿속에서 구상하면서, 아직은 내가 돌봐야 할 아들을 먼저 떠올렸다. 갑자기 울컥해졌다. 암이면 어떡하지? 나는 남편에게 이 사실을 먼저 알리며, 만약 내가 암으로 먼저 죽게 되면, 새장가를 들라고 말했다. 남편은 화를 내며 네가 무슨 암이냐며 너처럼 건강염려증인 사람이 그럴 리가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새장가는 안 들겠다는 말은 절대로 하지 않았다.

또한 네가 먼저 죽으면 밥 해줄 사람이 없어서 안되기 때문에 본인이 먼저 죽어야 한다고 했다. 음...


는 다음 날 집 근처에서 가장 큰 병원인 A병원으로 떨리는 마음으로 갔다. 혹시 혈액검사나 CT조영술 같은 것을 할지도 모르니 금식을 하고 갔다. 외과로 향하는 좁은 로비를 뭉크의 그림에 나오는 절규하는 사람의 모습으로 걸었다. 온갖 부정적인 감정이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외과선생님은 이성의 뇌가 지배하는 사람처럼 무표정이었다. 그래서 냉철해 보였다. 나쁘게 얘기하자면, 바늘로 찔러도 피 한 방울도 안 나오게 생겼다.

내 예상과 마찬가지로, 대부분은 담낭 용종인데 암일지도 모르기 때문에 그건 수술을 한 후 조직을 떼어내어서 확인해야 한다고 했다. 그리고 우선 CT조영술을 해봐야겠다고 했다.

CT조영술은 나를 속에서 불이 타는 듯한 느낌을 주었다. 화형을 당하면 이런 기분일까 했다. 입에서는 알 수 없는 알코올 냄새 같은 화학약품 냄새가 올라왔다. 그 외에 다양한 검사를 마친 후, 난 될 수 있는 한 빨리 수술 날짜를 잡고 집으로 귀가했다.


그리고 며칠 후, 난 수술을 하러 입원수속을 밟았다. 7층 병동에 들어서는데, 어린 간호사가 내게로 다가와서 이런저런 확인을 한 다음, 키와 몸무게를 재자며 체중계에 오르라고 했다. 내 몸무게는 36kg가 나왔다.

믿을 수 없는 숫자였다.

"어, 이상하네. 36킬로처럼 안 보이는데... 다시 한번 재실래요?" 간호사가 말했다. 다시 재었는데, 그대로다.

"죄송한데요, 체중계가 오류가 있나 봐요... 몸무게가 어떻게 되세요?"

"아, 48킬로인데요..." 나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다.

"네? 58킬로이요?"

"아니요, 48킬로요!!!" 난 다시 큰 소리로 말했다.

'아, 나를 36킬로는 확실히 안 보고 58킬로는 확실하다고 생각하는구나... 내가 그렇게 무게가 나가 보였나? 왠지 기분 나쁘다. 크게 얘기해서 병동사람들 내 몸무게 다 알아버렸을 거야... 창피하다.'


이렇게 간단한 절차가 끝난 후, 그 어린 간호사는 605호로 나를 안내했다. 605호라는 병실이름이 왠지 수감번호 같았다. 우선 내 배드를 살폈다. 무엇보다도 화장실 옆이라 수술 후 기어서 갈 수 있는 거리를 가진 좋은 지리적 위치를 가진 것이 맘에 들었다. 난 링거주사를 맞고 난 후, 잘 움직이질 못할 것을 예상해서 동선을 잘 고려해서 물병 같은 자주 쓰는 물건들은 가까이에 놓았다. 이제 소박한 나의 이삿짐은 605호에 잘 들어갔다. 만족스러웠다. 곧, 수간호사가 와서 이것저것을 물어보는데, 나의 과거 병력은 화려했다. 나는 환자계에서 이력이 화려한 고스펙을 가진 자였다.

그리고 잠시 쉬고 있는데, 아까 그 어린 간호사가 왔다.

"어머님, 오늘 수술 오후 5시에 있어요. 그리고 대장수술받으러 오셨죠?"

"네?" 나는 순간 황당하였다.

"아닌데요, 저는 담당제거술 받으러 왔는데요." 뭐지? 어린 간호사가 어리바리했다. 수습생인가?

"그런데, 면회는 어떻게 되나요?" 남편이 당장 면회 오겠다며 병원 가면 언제 면회가 가능한 지 물어보라고 해서 난 급하게 물었다.

"아... 면회시간이 따로 정해져 있어요. 그런데 수술 당일 날은, 주보호자님만 병실에서 수술 끝나고 면회시간 상관없이 잠깐 면회가 가능하세요."

"네, 알겠습니다."

이렇게 말을 하는 사이에, 전화벨이 울렸다.

H엄마였다.


그당시에는 우리 집 위층에 사는 H엄마가 운동 같이 가자고 거의 매일 전화가 오던 때였다. 나는 H엄마에게는 내가 수술하는 사실을 비밀로 하고 싶었다. 만약에 알면, 정이 많은 H엄마가 많이 속상해할 것 같아서였다.

"언니, 운동 가자!"

"아... 나 오늘 운동 못 가! 일이 있어서..."

"무슨 일인데 그래? 어디가? 빨리 말해. 우리끼리 비밀은 없는 거 알지?"

계속된 추궁 끝에 나는 어쩔 수 없이 병원에 입원했다고 말했다. H엄마는 수술이 끝난 후 문병을 온다고 했다.

나는 괜찮으니 오지 말라고 했다.


그날 오후에 수술이 무사히 끝난 후, 난 속이 무척 쓰렸다. 아프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내 링거에는 동그란 무통주사도 달려 있었다. 아플 때 누르라고 했다. 난 망설임 없이 당장 눌렀다. 그런데도 속 쓰림은 나아지지 않았다. 그리고 움직여야 할 것 같아서 움직이려는데 상당히 어지러웠다. 난 그게 마취제 때문이라는 사실을 나중에야 알았다.

난 수술당일만 빼고 담당의가 운동을 잘해야 가스가 나온다고 해서 열심히 병동을 돌았다.


난 그때 한 통통한 수간호사가 간호사들을 집합시키고 마구 화를 내는 장면을 목격했다.

"제대로 하라고 했지? 이렇게 하면 안 돼! 정신을 똑바로 차리고~!!"

그 수간호사는 악마처럼 간호사들을 대했다.

그러다가 우습게도 수간호사가 문 앞에서 미끄러져 넘어졌다.

"어머나, 괜찮으세요? " 모든 간호사들이 벌떼처럼 달려가 걱정해 주는 척을 했다.

관찰자의 입장에서 본 수간호사의 모습은 벌거벗은 왕처럼 품위가 없었다. 그리고 속으로 쌤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계속해서 병동을 도니, 나처럼 식사시간 외에 계속해서 운동을 하는 낯익은 얼굴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병동 밖에 반가운 얼굴들이 보였다. T, Z, H엄마들이었다.

"뭐야? 언제 왔어?"

엄마들이 나오라고 손짓을 했다.

병동 밖, 휴게실 면회는 언제든지 가능했는데 난 그걸 몰랐다. 아~~! 어리바리 간호사가 그걸 안 알려주었다.

순간 수간호사의 심정이 이해됐다.


복도 앞에 넓은 휴게실 한편에 엄마들과 나란히 앉았다.

H엄마가 나를 보자마자,

"언니, 너무 고생했다. 수술은 잘됐지? 의사가 뭐래?"

"어, 수술 잘됐고 이제 조직 떼어낸 거 암인지 확인하면 돼. 괜찮겠지 뭐."

"그래, 뭐 아닐 거야... 아직 젊으니까... 근데, 언니 너무 말랐다. 허리도 구부정하고..."

"겨우 1~2킬로 밖에 빠지지 않았는데..."

"아니야, 언니 더 빠져 보여... 얼굴이 너무 안 됐어..."

그러더니 H엄마의 얼굴이 순간 확 빨개지면서 울음을 터트렸다.

"흐흐 흐흐흐..."

감동이었다. 나를 위해 울어 주다니! Don't cry for me!!

그런데, 그 모습을 지켜보던 T엄마가.

"어, 나도 엄청 슬픈데, 눈물이 안 나오네... 어떻게 하지? 내 두 눈을 찔러야 하나?" 하면서 두 손가락으로 눈을 여러 번 르는 흉내를 냈다.

우리의 만원이(T엄마의 별명), T엄마 때문에 눈물이 쏙 들어간 H엄마는 자지러지게 웃었다.


그리고 엄마들은 내게 병원비에 보태라며 두둑한 돈봉투를 건넸다.

진심 어린 눈물의 위로와 실질적인 위로가 되는 돈봉투가 너무나 고마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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