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드민턴 치러 가자!

허리 26인치를 만드는 거야~~~!!!

by bony

나는 주기적으로 보건소에 가서 인바디체크를 하곤 했다. 지금은 기분이 나빠서 하지 않지만... 엄마들의 모임이 형성되기 전에 나는 저체중으로 내장지방수치가 2였다. 간헐적 단식으로 저녁을 굶었으며 틈만 나면 걸었더랬다. 원래는 그다지 다이어트를 목숨을 걸 정도로 하진 않았다. 전당뇨가 생기기 전까지는...


근육량이 늘고 체지방이 감소한 인바디결과에 흡족해하며 보건소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그동안의 굶은 보상으로 A베이커리에 들려 먹고 싶은 빵을 잔뜩 사서 먹곤 했다.

그런데 엄마들의 모임에 적극적으로 나가기 시작한 시점부터 나의 루틴은 깨졌다. 모임에 방해가 되는 식이요법 같은 것은 없었다. 남들 다 먹을 때 나는 안 먹으면 나는 이상한 사람이 되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운동도 멀어졌다. 전당뇨관리도 어느 정도 포기하게 되었다. 당체크를 하느라 매일매일 강박처럼 손가락을 찔러 대 온 손가락에 구멍이 나서 아려왔던 내 손가락은 고통에서 벗어났다. 대신 살이 찌기 시작했다. 매일 아침에 몸무게를 잴 정도가 무서울 정도로 살이 쪘다. 체중계와 당체크기는 내 인생에서 사라져 가고 있었다.

그런데

어느 화창한 오후, 무슨 일이었는지 한동안 가지 않았던 보건소를 인바디체크를 하러 M, T, H, J엄마와 같이 갔다. M, T엄마는 본인들을 기분 나쁘게 할 인바디 따위는 하지 않겠다며 밖에서 기다렸다. 그래서 나머지 엄마들과 한 명씩 인바디체크를 했다. 불행히도 결과는 참담했다. 전부 경도비만이 나왔다. 근육량부족, 체지방과다가 공통점이었다. 그래도 날씬하다고 자부했던 우리 셋은 예상밖에 결과에 충격을 받았다. 그래, 운동만이 살 길이야.


결국, 우리들은 근처 체육공원에 있는 실내배드민턴장을 다니기로 결심했다. 우린 간편한 복장으로 향했다. 배드민턴장에 들어서자마자 쾌쾌한 냄새와 땀냄새가 진동했다.


영종도에 사는 M, T엄마는 오는 중이었고, H엄마와 내가 먼저 배드민턴을 쳤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내 눈앞에 공이 보여서 정확히 친다고 쳤는데 계속 헛방을 쳤다. 애를 난 후, 정말로 오랜만에 배드민턴을 쳐서 그런가? 생각처럼 잘 안 됐다. 둘은 서로서로 잘 못 쳐서 미안하다며 계속 사과를 했다. 시간이 좀 흐르자, H엄마는 처음에는 헤매더니 조금씩 나아졌다. 알고 보니 테니스레슨을 왕년에 잠깐 받은 적이 있었다고 했다.



주위를 둘러보니 평일 오전에 와서 그런가? 선수들이나 입을 법한 배드민턴복, 배드민턴 신발, 왠지 가벼워 보이는 배드민턴, 깃털 달린 배드민턴 공, 배드민턴채가 잘 들어가게 설계된 ○○로고가 박힌 기다란 가방 등에 둘러싸여 있는 중장년의 여성들과 남성들이 보였다. 동호회 사람들이었다.

그들은 이용대처럼 공이 안 보이게 배드민턴채를 흔들어 대며 빠른 발놀림에 구호 같은 것도 간간히 외쳐댔다.


그에 비해, 우리는 아무렇게나 배드민턴를 구겨 넣어 온 쇼핑백, ○팡에서 산 중국산 이만 원짜리 배드민턴화, 아이와 밤에 배드민턴 치려고 산 야광불빛이 나는 초록색 플라스틱 배드민턴 공, 집에서 입는 반바지에 반팔티, 언제 샀는지 기억도 가물가물한 배드민턴채를 들고 동네배드민턴을 치듯 며, 구호대신 미안해를 외쳤다. 그리고 꼬이는 스텝에 절대로 멀리 떨어지는 공을 애써 치지 았다. 줍기만 바빴다.

숨이 턱끝까지 차올랐다. 고등학교 체육시간에 실기점수받기 위해 억지로 배드민턴을 쳤던 그때가 떠올랐다. 동을 그만하고 집에 가고 싶었다.

그런데,

이런 우리를 멀리서 지켜보던 동호회 회장님이 우리에게 조용히 다가왔다.

"처음 오셨나 봐요? 저는 여기 배드민턴 동호회 회장이에요. 아까부터 쭉 치시는 거를 지켜봤는데, 기초가 좀 부족하신 것 같아서 괜찮으시면 제가 좀 가르쳐드려도 될까요? 그렇게 으로만 게 되면 엘보 다 나가고 다쳐요. 고 배드민턴기초를 가르쳐주는 유튜버가 있어요. 저는 비싼 돈 내고 다 배웠는데 요새는 세상이 좋아져서 유튜브에서 아주 자세히 공짜로 배울 수 있더라고요." 우리에게 유튜브를 한 십 분 보여줬다. 그러고 나서 본격적으로 가르쳐주었다.

"두 분 다 라켓 잡는 법부터 틀렸어요. 자아 보세요. 이렇게 잡는 거예요."


H엄마와 내가 배드민턴 기초를 배우는 사이에, 우리의 에이스들인 M, T엄마가 혜성처럼 나타 강좌에 합류했다. 대충 라켓 잡는 법부터 스텝 등등을 배우고 우리는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할아버지 두 분과 함께 배드민턴을 쳤다. 직히 부담스러웠다.

그런데, 내가 서브를 넣는데 아무리 할아버지가 가르쳐줘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그러자 포기한 듯 할아버지는 M엄마보고 서브를 넣으라고 했다. M엄마는 너무 잘했다. 이게 뭐라고. 창피했다.

할아버지는 M엄마에게

"배드민턴공을 칠 때, 남편 얼굴이라고 생각하고 아주 세게 쳐!"

"전 저희 남편이 잘해주는데요. 우리 금실 좋아요."

"어? 그래? 그럼, 원수인 사람생각하고 쳐!"

우린 깔깔대고 웃었다.

할아버지들은 고수였다. 그런데 한 할아버지가 다른 할아버지보고 '치매 걸린 영감'이라고 표정하나 안 바뀌고 놀려댔다. 순간 진짜인 줄 알았다.


우리는 이제 동호회 회장님을 비롯해서 여러 사람들에게 동물원 원숭이처럼 둘러싸여 있었다. 두 여성분이 이젠 우리에게 다가와 좋은라켓을 싸게 살 의향이 있는지 물었다. M엄마와 나는 귀가 솔깃해져서 나씩 사고 말았다.

그러자, 대회에 나가서 부상으로 탄 배드민턴 가방 있는데 사고 싶지 않냐고 했다. 지금 차 안에 있다면서.

우리는 더 이상 사지 않았다.


한바탕 운동이 끝난 후, 우리는 맛집으로 향했다.

배가 고팠다. 그리고 우리는 그 이후로도 몇 번 배드민턴장에 갔지만, 열성적으로 한 탓일까? 오히려 몸이 안 좋아져서 그만뒀다.

그래도 기초는 배워서, 동네에서 배드민턴 치는 사람들을 보면

"쯧쯧, 저렇게 치면 엘보 나가는데..."

그러고 지나간다.

keyword
이전 14화갱년기와 사춘기가 격돌했을 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