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킨집에서 한풀이...
나는 갱년기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동 모벤져스 엄마들도 모두 갱년기다. 이런 갱년기인 우리들이 사춘기를 만났을 때....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보기엔 헐크와 하이드가 격돌했을 때라는 표현이 딱이다. 자신도 모르는 내면의 또 다른 자아가 불쑥불쑥 튀어나와 엉망진창으로 만든다. 그리고 후회로 물든 하루로 만든다.
난 왜 그랬을까? 넌 왜 그랬니? 정답은 나도 모르겠어요.
내가 겪은 바로는 그렇다.
매미가 맴맴 울어대는 저녁, 엄마들과 아이들이 다 같이 공포영화를 보러 갔다. 영화가 싫은 아이들은 볼링을 치고 놀았다. 이렇게 오랜만에 재밌는 시간을 보낸 후에 우리는 모두 치킨집에서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엄마들은 엄마들끼리 서로 떨어져 앉아 이야기 꽃을 피웠다. 그러다가 잠시 아이들을 인형 뽑기 가게로 보냈다.
아이들이 사라지자, M엄마는...
"나 저번에 우리 M 때문에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 막 내가 M에게 화내면서 뭐라고 했는데, 남편이 조용히 나를 부르더라고. 나보고 해도 너무 한대. 자기는 그렇게까지 엄마한테 혼나지 않았다고... 자제하라고 하더라고."
"어머, 나도 남편이 그만 좀 애한테 잔소리하라고, 너무 심해서 듣기 싫다면서 뭐라고 했는데!"
난 어쩜 이렇게 나랑 똑같을까 했다.
그런데, 그때 H엄마가 내가 말을 끊네기가 무섭게 입을 열었다.
"나도 애 혼내는데, 남편이 그만하라고 하더라고!"
"그런데 남편이 나서면 더 무서워져서 난 내가 먼저 선수 치는 거야!"
"사춘기인 아이들은 대화로 잘 풀라고 했는데, 갱년기라 그게 더욱 잘 안돼! 잘 참았다가 나도 모르게 욱하고 올라와"
잠시 침묵이 흐른 후, 우린 다시 말을 이었다.
"내 지인은 애가 사춘기가 너무 세게 와서 장난이 아니길래 아빠가 육탄전으로 해서 애를 힘으로 제압했대. 그러고 나서 애가 수그러들고... 나아졌대."
"아~~ 그런데 그게 맞는 걸까?"
"모르지..."
"내 친구의 아는 사람은 애가 사춘기가 와서 전교 1등이었고 마지막 학기말고사를 그냥저냥 시험을 봐도 특목고를 갈 수 있었는데, 반항으로 백지를 냈대. 그러고 나서 일반고를 갔는데 성적이 뚝뚝 떨어졌다지 뭐야... 아들이었는데... 게임에 빠져서 한 일 년을 살았대! 지금은 다행히도 사춘기가 끝났는데 예전만큼 공부를 잘하지는 않는다네..."
"너무 안타깝다. 엄마 속이 말이 아니었겠는 걸!!!"
"사춘기일 때 방문 걸어 잠그고 들어가기 시작하잖아? 그럼 힘들어진다는 말이 있어. 그래서 내 친구는 문을 사수하라고 조언을 주더라고. 그러면서 어떤 엄마는 문을 부수고 커튼을 달아버렸다는데..."
우리는 다른 아이들의 사춘기에 대해서 계속 얘기를 했다. 여러 가지 사례를 통해 갱년기인 우리들은 우리가 겪었었던 사춘기와 다른 사춘기를 겪고 있는 아이들을 이해해 보려 노력했다.
"아니, 사춘기 때 다들 어땠어?"
"음... 난 사춘기가 없었어. 그때 나는 일탈이라면 교회친구네 집에 놀러 가서 친구들이랑 라면 먹으면서 밤새 이야기하면서 즐겁게 논 게 다야."
"어머나, 나도 그랬어. 저번에 친정엄마한테 어쩜 그렇게 나를 놀게 하고 공부하라고 잔소리를 안 했냐고 했더니, 그냥 날 믿었다고 하더라고."
"결국 잘 컸잖아? 선생님도 되고, 인성도 바르고?"
"그러네. 그런데 지금 세상이 공부 안 하면 진짜 꼴찌 하는 거 알지? 내 조카가 그랬어. 옛날에는 별로 공부 안 해도 중간은 갔는데, 요새는 안 하면 바로 전교 꼴찌야. 다들 열심히잖아."
"우리 남편도 사춘기가 없었대. 시골에서 자라서 그런가? 아무튼 본인은 그냥 사춘기를 그냥 참았다고 하더라고!"
우리는 서로가 크게 사춘기가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다. 심지어 남편들까지도.
그래서 더욱더 이해가 힘든 건가?
이렇게 이야기를 하는 사이, J 때문에 상당히 기분이 좋지 않아서 모임에 못 오겠다던 J엄마가 왔다.
J엄마는 엄청 화난 얼굴을 했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냐고 물으니, J가 국어학원을 한 달에 두 번씩, 석 달동 안이나 본인이 학원선생님께 직접 전화를 걸어 아프다고 해서, 학원을 빠졌다는 것이었다. 그런데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던 J엄마가 알아버렸다. J엄마는 J를 엄청 혼을 내고 화를 백화점 쇼핑에 풀었다고 했다. 그 말을 조용히 듣고 있던 M엄마는 어제 그렇게 M이 학원을 안 간다고 할 때 J엄마가 사춘기 아이들은 대화를 많이 해야 한다면서 J와 J엄마는 대화를 많이 해서 사춘기를 잘 넘기고 있다고 말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M엄마는 웃었다. 누가 누구를?
이렇게 자녀코칭전문가처럼 바른말만 하던 J엄마도 이성의 끈을 놓는 순간은 있다.
돈을 써야 내가 좀 살겠다며 평소에 잘 아끼던 J엄마는 그날 일탈을 했다.
그 비싼 치킨값을 모두 냈다.
그로부터 며칠 후, 커피숍에서 우린 또 같은 고민거리로 이야기의 문을 열었다.
"어쩔 때는 우리 애를 시골 할머니댁에 보내버리고 싶어..." H엄마가 말하자, M엄마는
"나 저번 주에 M을 진짜로 시골 친정엄마네로 보냈잖아? 할머니와 같이 새벽 6시에 기상해서 고추 농사지으라고 했어. 그랬더니, 애가 이틀 만에 전화가 왔지 뭐야. 공부가 제일 쉽다고 농사일은 체질이 아니라며... 당장 데리러 와달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갔더니, M이 Y를 끌어안으면서 자기가 언니로서 앞으로 잘해주겠다며 하고, 나와 남편을 보더니 달려와 안아 주더라고!!"
"어머나, 그래서 반성을 많이 했어?"
"모르지, 우리 보자마자 잠시 그랬던 것 같아. 바로 핸드폰을 하더라고!"
"... 어렵다..."
우리 모두 한 숨을 동시에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