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기요! 가방...
한가한 점심시간 무렵, ○○동 모벤져스의 카톡방에서 카톡이 왔다. 카톡을 할 때, 우리는 반말과 존댓말을 섞어가면서 한다. 국한문혼용체처럼... 반말존댓말 혼용체이다.
"하이루! 날이 너무 화창한데, 다들 오늘 뭐 하세요?" T엄마가 먼저 카톡의 문을 열었다.
"나 지금 동네 한 바퀴 돌고 이제 막 들어왔어."
"○○언니, 운동 열심히 한다. 멋져요! 근데 저 오늘 학교 일찍 끝나는 날인데, 시간 되시는 분들은 스벅에서 커피나 한 잔해요! 너무 오랫동안 안 봐서 눈물이 날 것 같아요!"
"우리 주말에 보지 않았나? 이틀밖에 안 됐어!"
"그럼 진짜 오래됐네요."
"?"
그때 유명 베이커리 전문점에서 일하고 있는 J엄마가,
"우유식빵 필요하신 분이요? 손!"
"저요! 식빵 정말 맛있더라~! 고마워요!" Z엄마가 말했다.
"그럼, 퇴근해서 잠시 들려서 문고리에 걸어 둘게요!"
그때, T엄마가,
"저도요! 그런데, 저희 집에는 문고리가 20개가 있는데, 다 걸어주세요!"
"거짓말 자꾸 하면 피노키오 코처럼 길어진다~~~!!!"
그런데 재빨리 T엄마의 사진이 날아왔다.
"이렇게요."
"푸하하하~~!"
"거짓말을 많이 하니 코가 영종도까지 와 있는 거 아니야. 먼저 코만 퇴근했네!"
"앗 너무 웃겨! 그런데 사진을 보니 턱밑살이 장난 아니네요. 아 그때가 생각난다. 건강검진받을 때 의사한테 가서 턱밑이 부은 게 갑상선에 이상이 생긴 것 같다고 암이면 어떡하냐고 했던 때 말이에요."
"맞아. 그때 내가 옆에 있었는데 정말 웃겼잖아. 의사가 갑상선은 턱밑이 아니라 목 쪽이라고 괜찮다고 했잖아!ㅋㅋㅋㅋㅋㅋ. 그리고 그것도 생각난다. 어떤 의사가 반말로 "어디가 아파?" 했다고 "목도 아프고 몸도 쑤셔!"하고 같이 반말했던 거!, 아차차! 또 있어! 어떤 서울대 나온 의사한테는 어떻게 하면 서울대의대를 갈 수 있는지 직접 대고 물어봤잖아! 그 의사는 그런 말을 처음 들은 듯 당황해하던데!" M엄마가 대꾸했다.
"그뿐만 아니라, 의사가 지방간이 너무 심하게 나와서 초음파에 뭐가 안 보인다고 화냈다며..."
"어머낫! 컬투쇼에서나 나오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실존인물이 여기 있었네, 하하하하~~."
"나 이제 카톡확인했는데, 톡이 200개나 와 있네!"
"언니, 얼른 나와! 5분 내로 스벅으로 와! 자세한 얘기는 만나서 하자!"
"뭐어? , 최선을 다해볼게^^"
역시 난 5분 대기조였다.
우리는 곧 집 앞 근처 스벅으로 향했다. 점심시간 이후라 그런지 사람들이 상당히 많았다. 우리는 커피를 시키기 전에 얼른 자리부터 잡았다.
T엄마가 본인이 커피를 사겠다며 지갑을 꺼냈는데, 지갑에 카드가 없었다. 가방 속에서 카드를 찾는데, 동전지갑을 포함해 작은 지갑이 가방 안에 3개나 있었다. 지갑이 왜 이렇게 많은지 물으니 예뻐서 사다 보니 많다고 했다. 그래도 다 가지고 다니진 않지 않나? 그런데 아무리 찾아도 없었다.
머리가 하얗게 된 듯한 T엄마는 어제저녁에 아이들과 설곤약을 사러 무인가게에 들렀다가 딸기김밥집에서 김밥을 사 먹었는데 둘 중에 어딘가에 카드를 두고 온 것 같다며 말하면서 설곤약이 정말 맛있다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리고 급하게 가게로 전화를 걸었다. 이번에 카드를 분실하면 벌써 5번째라면서 남편한테 또 잔소리를 들을 것을 두려워했다.
다행히도 딸기김밥집에 카드가 있었다.
우리나라는 정말 살기 좋은 나라라며 T엄마는 활짝 웃었다.
창가에 있는 편한 자리에 우리는 앉아, 아까 전에 카톡으로 못 했던 얘기들을 신나게 나누었다. 우리가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에 우리 옆에서 열심히 노트북으로 작업을 하던 젊은이가 몇 번을 째려보았다. 우리는 목소리를 낮추려고 노력했다.
"있잖아! 우리 M이 자기 방에 들어가더니, 문을 닫고 들어오지 말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어쨌어?"
"M아빠가 M방문 앞에 가구를 놓아서 M이 나오지 못하게 막았어... 장난으로!"
"뭐야? 너무 웃긴다!"
"들어오지 말라고 했으니, 너도 나오지 말라고 했지 뭐!"
"사춘기가 빨리 지나가야지 될 텐데..."
사춘기에 대한 고민이 끊임없이 이어질 무렵, 아이들의 하교시간이 빠르게 다가왔다.
모두 다 자리에 일어나서 집으로 갈려고 가는데, T엄마가 있던 자리에 가방만 덩그러니 있었다.
주인 잃은 가방이 의자에 힘없이 누워있었다.
뭐지? 그런데, 그 옆에 가방이 또 있었다. S엄마의 가방이었다.
두 분이 가방만 놓고 나갔다.
두 가방을 짊어지고 얼른 뒤를 쫓아 나갔다.
"어머나, 내가 가방을 놓고 갔네! 아이고 내정신이야!"
이번엔 가방을 잃어버릴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