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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 차를 똥차로 만든 너!

이럴수가~~!!

by bony

일요일 아침, 오랜만에 남동생이 올케가 해외출장을 가서, 조카 둘을 데리고 놀러 왔다.

째는 C, 둘째는 B이다. 둘 다 아들이다.

9살인 B는 내게는 웃음버튼이지만(아마 잠깐씩만 봐서 그럴 거라 믿는다), 조용한 내향형 성격의 남동생에게는 당하기 힘든 에너자이저이자 자꾸 놀아달라고 보채는 외향형 아들이다.

손으로 오기 뭐 했는지 동생은 딸기 롤케이크를 사 왔다.

"C, B야, 오랜만이다. 어떻게 지냈어?"

동생을 외모와 성격까지 쏙 빼닮은 C는 조용히 고개 숙여 인사하고 잘 지냈다고 모기목소리로 말했다.

B도 오랜만에 봐서 쑥스러운지 힐끗 보고 동생 뒤에 숨어서 C와 마찬가지로 조용히 말했다. 그리고는 아들과 함께 아들의 장난감방으로 쑥 들어가 버렸다.

"밥은 먹었어?"

"아직 안 먹었는데 우리 이따가 같이 나가서 먹자."

"그래, 나야 좋지. 그런데 별일 없지?"

"아니, 나 그저께 큰 일 날 뻔했잖아."

동생은 그때의 일을 떠올리며 입을 열었다.

"누나, 나 과민성대장염 있는 거 알지? 요새 내가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아서, 그 그저께는 맥주 한 잔이 확 당기는 거야. 평소에는 몸관리를 하느라고 안 먹고 참았는데 민원인들 때문에 너무 짜증이 나서 먹어야 살겠더라고. 그래서 한 잔 했더니, 기름진 음식이 당기더라고 '에라 모르겠다.'하고 피자, 치킨을 시켜서 폭주했지! 그것도 밤 10시에... 야식이 과민성대장염인 나에게 쥐약이지만, 참을 수 없었어. 그런데 그게 화근이었어."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불안한 마음에 다음 날 아침 출근 전, 바로 화장실 갔는데 일을 보지 못했어. 한 시간 정도면 회사에 도착하니까 뭐 괜찮겠지 하는 마음으로 차를 끌고 고속도로로 진입한 지 5분 정도 지났을까? 험한 것이 오더라고. 그렇게 갑자기 올 줄은 몰랐네. 로켓발사직전이었지. 복통이 아주 심하고 땀이 찔찔 났다니까? "

"어머나 그래서 어떻게 해결했어?"

"두 가지 안이 머리에 떠올랐어. 첫 번째는 출근을 포기하고 바지에 그냥 싸버리고 집으로 가는 거지. 그런데 문제는 그런 바지를 입고 가면 바닥에 막 흘릴 거 아니야. 뒤처리가 답이 없더라고, 그래서 포기.

두 번째는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그냥 바닥에 싸는 수밖에 없었어. 그런데 절체절명의 순간 마침 뒷자리에 있던 세숫대야가 눈에 띄었어. 회사에 가져가서 쓸려고 사 둔, 중국산 접이식 고무 세숫대야였어. 난 안도의 한숨을 쉬며 고속도로에 차를 세우고 세숫대야를 이용해 차 안에서 볼 일을 봤어. 퐈악~~~! 이런 폭발음이 들리더라고, 살 것 같았어. 그런데... 내뿜어지는 압력이 너무나 셌나 봐! 그게 있잖아! 다 튀어버렸어. 내 차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새 차인데.... 시트를 다 젖시고 유리 창문까지 다 젖셨지 뭐야. 나는 죽을힘을 다해 물티슈로 시트를 닦았지만 이미 스며들어서 깨끗이 닦아내기는 어렵더라고, 어쨌든 다 닦아냈는데, 냄새는 닦아내지 못했어. 혹시 다른 운전자가 이 지독한 냄새를 맡을까 봐 두려워서 창문을 꽉 닫고 가는데 나 무슨 가스실에 온 줄 알았다니까. 5분 동안 참다가 안 되겠어서 문 다 열어 놓고 달렸어."

"그러면 그 세숫대야는 어떻게 했어?"

"회사 근처에 인적이 드문 계곡에 던져버리고 왔지 뭐... 그리고 바지도 좀 묻었더라고 그래서 회사 가서 얼른 씻었어."

"하하하하~~~!" 나는 데굴데굴 구르며 웃었다.

우리는 근황토크를 좀 더 하다가 점심을 먹으러 어디를 갈지 정하는 중이었다. 그때 B는 근처에 맛있는 맛집을 안다며 우리 집 바로 앞 gs편의점으로 가자고 했다. "응, 안돼!" 동생이 B를 타일렀다.

결국 우리는 스퀘어원으로 가기로 정했다.

동생이 날이 더운데 걷기 싫다며 차 타고 가자고 해서 동생차를 탔다.

무심결에 나는 앞에 탔는데, 아차차했다.

"이 자리 혹시?"

"맞아, 그 자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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