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것

현실은 때로 나를 조여온다

by 묵상회

언젠가부터 '지킨다'는 말이 자주 떠올랐다.
무언가를 이루는 것도 중요하지만,
지켜야 할 자리에 남아 있다는 것이
결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일이 아니라는 걸 이제야 알겠다.

우리는 매일 수많은 선택 앞에 서 있다.
그 중에는 떠나는 것이 더 쉬운 선택일 때도 있다.
포기하는 게 덜 아픈 길처럼 느껴질 때도 있다.
그런데도 끝내 자리를 지키는 사람을 보면
그저 그 자리에 있다는 이유만으로도
왠지 눈물이 나는 날이 있다.

살다 보면 말보다 더 큰 고백은 침묵이고,
움직임보다 더 깊은 울림은 멈춤이라는 걸 배우게 된다.
누군가는 눈에 띄는 무언가를 이뤄내야 한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점점 더 '지킨다'는 말에 마음이 기운다.
지키는 사람은 언제나 중심에 서지 않는다.
그들은 자주 조용하고, 때로는 고독하며,
빛나지 않는 곳에서 흐트러짐 없이 서 있다.
누구도 바라보지 않아도 말이다.

지킨다는 것은 버텨내는 일이다.
자기 자신을, 소중한 사람을,
한때의 꿈을, 지키고 싶은 마음을 끝내 붙잡고 있는 일.
그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순간에도
‘여기 있어야 한다’는 이유 하나로
등을 돌리지 않는 일.

세상은 끊임없이 앞을 향해 나아가라고 말하지만,
나는 이제
‘여기’라는 말이 주는 무게를 믿고 싶다.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를 때,
내가 서 있는 자리만은
흔들림 없이 지켜내고 싶다.

그 자리가 누군가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도 있고,
나 자신에게는 잊지 말아야 할 이유가 되기도 하니까.

그렇게 오늘도 나는
말없이 하루를 살아낸다.
누군가에게 보이지 않더라도,
나는 내가 지켜야 할 자리에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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