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가 되는 감각

이별은 순간이고..

by 묵상회

어느 날, 별일 없이 혼자가 되었다.
이별이 있었던 것도 아니다.
누가 등을 돌린 것도, 누가 울며 떠난 것도 아니었다.
다만 어느 순간부터, 옆에 있던 온기가 서서히 사라졌다.

처음엔 잘 몰랐다.
문득 고개를 돌렸을 때, 빈자리가 낯설었다.
그 빈자리를 탓하듯 혼잣말을 늘어놓고,
소파에 앉아 발끝을 만지작거리며 시간을 죽였다.
그 시간이 나를 천천히 삼켰다.

혼자가 되는 건 거대한 사건이 아니다.
그저, 말없이 스며드는 습기 같았다.
‘잘 자’라는 인사가 사라지고,
커피잔을 놓는 소리만 방 안에 울렸다.
같이 듣던 음악은 이제 내 방의 배경음이 되었고,
바람이 스치고 간 자리엔, 이상할 만큼 고요가 남았다.

이따금 기억은 날씨를 타고 돌아왔다.
햇살에 비친 어느 날의 웃음,
빗소리에 묻힌 어떤 밤의 눈물.
그 모든 것이 다 지나간 일인데도
나는 여전히 그 감정 속에 있었다.
잊었다고 생각했던 마음들이
내 안에서 조용히 살아 있었다.

사랑은 감정의 완성이라고들 한다.
그렇다면 나는, 아직 완성되지 못한 감정으로
당신을 품고 있었던 걸까.
나는 오래도록 그 질문에 머물렀다.

그리고 지금,
이 조용한 고독 속에서
나는 나에게 천천히 돌아오는 중이다.
누구도 아닌 나로서 살아가는 감각을,
조금씩 다시 익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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