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진다는건

by 묵상회

혼자가 되는 건 나쁘지 않았다.
조용했고, 방은 늘 내가 원하는 온도로 유지되었다.
말을 아끼지 않아도 됐고, 내가 고른 음악만 들을 수 있었으며,
누구에게도 나의 기분을 해명할 필요가 없었다.

그럼에도, 혼자가 되는 게 무서웠다.

아무도 모르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 때문이었다.
연락이 닿지 않아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는 하루들.
누군가가 “요즘 잘 지내?”라고 물어주는 일의 사소한 위대함.
그 모든 것들이 사라지는 순간, 나는 나조차 의심하게 됐다.

누군가의 관심이 필요하다는 게 아니라,
존재했다는 흔적 하나쯤은 남기고 싶었다.
같이 본 영화의 대사 한 줄, 걷던 길목의 나뭇잎 색깔,
어느 계절에 유난히 어울리던 웃음소리.
그런 것들이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아무 말 없이 떠오르는 장면이 되길 바랐다.

그래서 나는 말을 걸었다.
지워지지 않으려고, 외면당하지 않으려고,
이름을 불렀고, 안부를 물었고, 아무렇지 않은 말들을 흘렸다.
누군가의 대화 속에라도 스치고 싶었다.

혼자가 되는 건 익숙했다.
그러나, 혼자인 채로 잊혀지는 건… 아직 익숙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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