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코지네 가족사진

by 블랙코지

지금까지 코지사진이나 함께 찍은 사진은 수천장이 될 거다.

하지만 한번도 코지사진을 현상한 적 조차 없고 액자 한장 만들어 놓지 않았다.

항상 들고 다니는 핸드폰을 켜기만해도 코지 사진을 볼수 있어서 였을까.


얼마 전부터 코지 아빠는 코지와 함께 가족사진을 찍고 싶다 말했고,

코지 엄마는 나름 다이어트에 성공한 직후 인지라 함께 멋진 사진을 남겨놓아도 좋을 것이라 판단.

애견동반 가능한 가족 사진관을 알아봤다.


애견전용으로 사진을 찍어주는 곳중에 집에서 나름 가까운 곳이 있는 걸 발견하고 방문했다.


애견동반으로 가장 중요한 건 그날 코지의 컨디션이리라.

나나 남편은 중요한게 아니었다.


코지가 얼마나 침착하게 얌전히 앉아 앞에 있는 카메라를 예쁘게 볼수 있는가가

그날의 난이도를 결정하는 일일 거라 여겼고,

조금 걱정되는 마음으로 사진관을 향했다.


애견전용 사진관이라 그런지 사진사분께서 코지와 놀아주고 간식도 주고

적응할 약간의 시간을 주셨고

옷 색만 대충 맞춰입은 우리에게 사진사분께서 대충 컨셉을 정해주셔서

촬영에 들어갔다.


하얀배경에 둘러앉아 미소를 지어야 하는데...

지금껏 살면서 이 날을 제외하곤 단 한번뿐.

약 15년 전의 웨딩 촬영 때뿐이니 어색하지 않게 찍는게 잘 될리가 없었다.


리얼하고 적나라하게 찍힌 내 주름들과 미모가 맘에 안 드는 건 물론이거니와

(내 현실 적인 모습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지 않는 것이었다.)

어색하고 뻗뻗하게 서서 모든 프레임에 같은 표정으로 찍혀 있는 코지아빠는

얼굴만 합성해서 가져와 붙이기를 한 것 마냥 정말 똑같은 표정이 기가막혔다.


가장 중요한 코지!

코지는 얌전하게 우리 앞에 앉아 카메라를 바라보고 너무나 예쁜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걱정 할 필요가 전혀 없었던 것이다.

(코지아빠의 미소를 걱정해야 했다. 웨딩촬용때 겪어봤으면서 그걸 아는 내가 너무 안일했던 것 같다.)


코지의 굴욕샷은 하나도 없이 재미있고 즐겁게 촬영이 끝났다.


우리 가족은 짧지만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결과물인 가족사진에 만족했다.



KakaoTalk_20251209_163018620.jpg 코지에게 굴욕샷이란 없었다.



아직은 벽에 걸어둘 액자가 도착하지 않았지만

밝고 가장 잘 보이는 곳에 걸고 두고두고 바라볼 액자를,

설레는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다.


코지와 이런 이벤트를 즐기는게 정말 좋은 시간이었다.

왜 진작 하지 않았을까나.

앞으로 종종 이런 기회를 가져야겠다.




keyword
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