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인시에서 주관한 채용박람회에 기업으로 참여할 기회가 있었다. 행사 둘째 날, 우리 부스를 방문했던 한 여성이 아직도 기억에 남아 있다. 본인을 굳이 경력 단절자라고 소개했기 때문이다. 내 앞에 앉은 그녀는 기력을 전부 소진한 눈빛이었다. 취업 준비도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해서 그 분을 채용하지는 않았다. 대신 그 행사를 통해 다른 직원 한 분을 모실 수 있었다.
안타까운 마음에 현재 상황에서 개선할 수 있는 방법을 조심스럽게 제안 드렸다. 평소 관심도 있고 취업에도 도움이 될 만한 분야를 유튜브로 매일 10분씩 시청해 보라고 했다. 그리고 몇 줄이라도 좋으니 어디엔가 공부 기록을 남겨보라고 했다. 나중에 그런 과정이 한 줄이라도 들어간 이력서를 제출해 보라고 권했다. 그러면 면접관은 인상 깊게 볼 것이고, 최소한 경력 단절 여성 중에는 채용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라고 조언해 주었다.
사실 내가 기대한 것은 ‘매일 10분’의 기적이었다. 짧게만 느껴질 10분이지만 재미를 느끼고 습관을 넘어선다면 몰입의 시간이 늘어날 것이다. 이력서에 한 줄 들어갈 정도가 아니고, 그 분을 전문가다운 실력으로 채워줄 거라 예상했기 때문이다. 비단 취업이 아니더라도 또 다른 멋진 길이 열릴 수도 있다. 내가 무엇보다 초면인 그 분께 강조했던 것은 시간을 쪼개서 그 습관을 우선 만들라는 것이었다.
그런데, 취업박람회 기간이 끝나고 나를 돌아보았다. 그런 조언을 했던 내가 충실하게 채우고 있는 습관은 과연 무엇이었는지를. 네이버 계정만 만들어 놓고 수년째 텅 비어있는 블로그가 먼저 떠올랐다. 순간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런 조언을 할 정도의 자격을 갖춘 사람은 되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후 일기도 다시 쓰기 시작했다. 회사 대표라고 안일하게 살았던 나를 정비하기로 했다.
면접장에 오셨던 그 분께 말했던 것처럼 내가 잘할 수 있는 분야를 정했다. 내 주변의 일상을 수필로 그려내는 실천을 해보기로 했다. 그 빈 공간을 채워나갈 하나의 계기는 그 면접자 분이 내게 동기부여를 해 준 셈이었다. 그리고 나의 장점도 생각해 보았다. 누가 보든 안보든 내 할 일을 찾아서 하는 편이다. 시간 활용도 잘하는 축에 속한다. 타인을 별로 의식하지 않는다고 생각한다. 이 특징을 잘 살리고 싶었다.
무엇보다 나는 행복해지고 싶었다. 즉, 행복으로 가는 방법을 찾던 중에 블로그를 시작하기로 했다. 다른 것도 아니고 블로그를 하면 행복해진다고 하니 이상하게 들릴지도 모르겠다. 내 성격과 성향을 보았을 때 내 일상을 블로그에 담으면 행복해 질 것 같았다.
아직은 친구도 별로 없고 촌스럽기 그지없다. 스팸글도 걱정이고 방문자들의 질문에 댓글을 다는 것도 번거로워서 댓글창도 일부러 열어 놓지 않았다. 그래서 많은 주목을 받지 못하는 곳에 지나지 않지만, 거의 매일 일상을 채워 나가고 있다. 거기엔 소소한 글이 있고, 새로 쌓여가는 지식들로 내 일상의 포트폴리오를 엿볼 수 있는 공간이 되고 있다.
몇 년이 지난 지금, 글을 써내려가다 보니 면접장에서 만났던 그 여성분의 근황이 문득 궁금해진다. 서로 다른 공간에서 자신만의 성(城)은 어떻게 되어 가고 있을까. 본인의 취향과 정성이 담긴 멋진 공간을 꾸려나가길 바라는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