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이 식어갈 때 브런치를 데우자!

브런치에 올리는 여행의 마지막 한입

by 지썬


내 삶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라는 내면의 목소리를 다시 듣게 되는 것도 바로 그 순간이다.

김영하, <여행의 이유>


일상을 떠나는 많은 이유들 중 한 가지는 나의 내면을 바라보기 위해서다. 여행을 하면서 여러겹으로 둘러싼 페르소나가 하나씩 벗겨지게 되는데 일터에서의 나, 집에서의 나, 친구들 속의 나. 그 껍질들을 걷어내면 남는 건 조금 더 단순한 나다. 혼자일 때와 낯선 이들과 함께일 때의 모습도 다르다. 아마 그래서였을 것이다. 오롯이 ‘나’를 위해 낯선 곳으로 12일간휴가를 떠났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덕분에 돌아와서 약간의 헛헛함과, 그동안의 공백을 다시 채우는 과정에서 여행계획을 짜듯 내 인생의 나침반을 재정립할 수 있었다.


가보지 않은 길을 궁금해하는 것처럼 안분지족 대신 계속해서 도약의 의지를 갖고 살아가는 것이 맞는지, 어디까지 가야할지, 어떤 방향으로 살아야할지 고민의 연속이었다. 가령, 낭만 있던 여행지가 일상 속 터전이 되어버리게 된다면? 새로움에서 익숙함으로 바뀌고, 지금 내가 보고 있는 여행 속 느끼는 감정이 마냥 지속되진 않을 것이다. 특별하게 여겨졌던 풍경이 반복된다면 간사하게도 처음 느꼈던 경이로움에서 멀어질 것이다.


결국, 일상을 여행처럼, 여행을 일상처럼 살아가는 것이 여행에서 매번 깨우치고 재확인하는 삶의 방식이었다. 아마 다음에도, 퇴근 후 혼자 떠나게 된다면 — 다시 이 이야기를 처음부터 써 내려갈 것이다. 그것이 내가 여행을 떠나는 이유이자, 돌아오는 이유였다.



여행을 다녀와서 그 고유한 경험을 간직하고 싶어서 남기는 다양한 노력이 있었다. 유명한 기념품을 사 오기도 하고, 그 당시 들었던 노래를 꺼내 듣고, 사진을 남기는 등 향수를 불러일으킬만한 것들을 하곤 한다. 다만, 사진으로 장면을 생생하게 담을 수는 있어도 그 당시의 감정은 시간에 번져 흐려질 수 있기때문에, 글로 기분을 담는 아날로그 방법을 좋아하는 편이다.


여행을 삼켜 브런치를 남긴다면, 마음 한켠에 묵혀둔 그 기억을 야금야금 꺼내먹으며 다시 한 번 떠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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