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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세상을 있는 그대로가 아니라, 우리가 어떤 사람인지에 따라 본다.” – 칸트
비엔나 점심 무렵, 센트럴 카페에서 자허토르테를 주문했다. 비엔나 여행자라면 무조건 가보는 3대 카페의 케이크를 맛보기 위해서였다. 오늘의 케이크는 조금 더 단단했고, 입안에서 부스러졌다. 어제 카페 자허에서 먹었던 케이크가 떠올랐다. 살구 잼은 촉촉했고, 초콜릿 시트는 부드러웠다. 그 비교 덕분인지 어제의 맛이 오히려 더 선명해졌다. 어떤 것들은 더 좋은 것을 알기 전까지는 충분하다. 하지만 한 번 기준이 생기면,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기 시작한다.
두 번째 도전한 자허토르테의 아쉬움을 뒤로한 채,
벨베데레 궁전으로 향했다. 넓게 펼쳐진 정원과 잘 다듬어진 초록이 생각보다 시선을 오래 붙잡았다.
사진을 남기고 싶어 주변을 살피다, 착해 보이는 인상의 소녀에게 카메라를 부탁했다.
서로 찍어주고,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둘다 같은 대답이 나왔다. “한국이요.” 잠깐의 정적 뒤, 웃음이 터졌다. 서로 다른 나라 사람으로 착각하여 영어로 대화를 나눈 게 민망했다. 잠깐의 대화를 나누고 헤어졌지만, 얼굴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며칠 뒤, 세상이 생각보다 정말 좁다는 말처럼 우연히 다른 나라의 버스에서 그 소녀를 다시 만났다. 서로를 알아보고 놀라운 마음으로 반갑게 웃었다. 소녀의 가족들과 이야기를 나누다 알게 된 건.
그녀는 이제 막 중학교 1학년이 되었고, 아버지의 주재원 발령을 따라 온 가족이 인도로 이주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고 했다. 인도, 한 번쯤 타지마할을 보러 가고 싶었던지라 관심을 갖고 인도에 대해 물어보았고, 소녀는 주저 없이 고개를 저었다.
“인도 오지 마세요… 물도 너무 더러워요. 여행은 비추예요.”
그 말에 소녀의 어머니가 웃으며 덧붙였다.
“그래서 유럽여행하면 좋아요. 물이 깨끗하잖아요. 그게 얼마나 좋은 건지, 인도에 살아보면 알게 돼요.”
그 순간, 어젯밤 욕실에서 샤워기 필터를 사용하던 내가 떠올랐다. 한국에서는 수돗물을 마셔도 되지만, 유럽은 석회가 가득 낀 물이라 피부에 트러블이 올라오곤 했다. 그들이 ‘깨끗하다’고 말하는 그 물은, 나에겐 ‘조심해야 할 물’이었다.
절대적이란 것이 과연 있을까.
같은 이름을 달고 있어도, 서 있는 자리와 바라보는 시선에 따라 그 색은 달라진다.
아마 그 차이는 각자가 출발한 자리에서 번져온 빛, 그 사람만의 원점일 것이다. 결국, 내가 보는 세상은 나의 경험과 기준 위에서만 존재한다.
자라온 환경도, 오래도록 그리워하던 것도, 너무 익숙해져 미처 소중함을 몰랐던 것 등이 스며있기에 같은 것도 다르게 보이고, 다르게 느껴진다.
그 차이를 알아차린 순간,
비로소 내가 서 있던 자리와 시간을 또렷이 바라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