멈춰도 괜찮아
잘츠부르크의 어느 날, 이른 아침부터 바삐 움직여서 저녁까지 다 먹고 난 뒤 오후 7시. 아직도 해가 떠있는 하늘을 바라보다가 문득 말했다.
“근데 이제 뭐 하지…?”
다른 동행들도 고개를 갸웃했다. “할 게 없네.”
밤 7시, 한국에선 시작일 시간이지만 유럽의 도시는 벌써 하루를 닫고 있었다.
시간이 흘러가는 게 아까워 어떻게든 하나라도 더 보려던 마음이 그 순간 나를 다시 조급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일단 움직였다. 그냥 길을 걷고, 가게를 찾고, 문을 밀어봤지만 대부분은 닫혀 있었다.
유럽은 정말 여유를 배워야만 하는 도시라는 게 실감 났다. 자꾸만 무언가를 하려는 마음을 내려놓아야, 이 도시와 같은 속도로 숨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한편, 그날 나와는 전혀 다른 리듬으로 여행을 보내고 있던 동행이 있었다.
우리는 같은 방을 쓰는 룸메이트였지만, 생활 패턴이 달라 정작 방 안에서 마주치는 일은 드물었다.
그녀는 여행 중에도 낮잠을 꼭 챙겼다. 점심을 먹고 돌아오면, 조용히 커튼을 치고 침대에 누워 이불로 몸을 돌돌 말고 자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꼬치를 튼 것처럼 보여서, 그 뒤로 우리는 그녀를 ‘꼬치 언니’라고 불렀다.
아침 산책을 하고, 점심마다 낮잠을 자고, 저녁마다 헤드셋을 낀 채로 침대 속에 있는 그 여유 있는 모습이 나에게는 낯설게 느껴지면서 묘하게 부러운 기분이 들었다. 그건 내가 익숙하지 않았던 삶의 리듬이었다.
“매일 새로움을 추구하는 것도 좋지만,
사실 쉬는것도 성장의 동력이야.”
그녀의 말에 내 삶을 되돌아봤다.
사실 그동안 여행이 아니더라도, 일상에서도 가만히 시간을 흘려보낸다는 게 익숙하지 않았다.
어딘가 멈춰 있는 것 같은 기분이 들면 괜히 마음이 초조해지고 계속 나아가야만 할 것 같았다. 뭐라도 해야 덜 불안했고, 그게 흔히 말하는 ‘갓생’, 잘 사는 거고, 곧 성장이라고 믿어왔다.
멈춘다는 건, 멈추는 게 아니다.
숨 고르듯 잠시 쉬어야
우리는 더 멀리 갈 수 있다.
여행도, 삶도 늘 움직여야 한다고 믿었지만,
때로는 움직이지 않아도 되는 시간을
스스로 허락해야 할지 모른다.
무언가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고,
그 자리에 잠시 멈춰 있어도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