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어로 그린 에펠탑
유럽에서 야경투어를 하던 날, 투어 가이드분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무렵 당황했던 일화 하나를 얘기해주었다. 그는 한 달짜리 유럽 투어를 맡았었고, 설렘과 긴장이 뒤섞인 자신에게 주어진 새로운 시험이라 여겼다. 그런데 진짜 시험은 출발 직전에 나타났다. 예약 명단에서는 몰랐던 특별한 두 손님이 나타난 것이다.
한 사람은 완전히 빛을 잃었고, 다른 한 사람은 희미한 시야만 남아 있는 시각 장애를 갖고 있는 여행자들이었다. 사전 정보 없이 맞닥뜨린 상황에, 그는 순간 말문이 막혔다. 수십 명의 여행자를 동시에 챙기면서 두 사람에게만 온전히 집중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에펠탑을 눈으로 볼 수 없는 이들에게 어떻게 여행의 감동을 줄 수 있을까. 진행이 매끄럽게 될 수 있을까. 출발 전부터 그의 마음은 무겁게 가라앉았다.
하지만 그런 고민이 무색하게, 여행이 시작되자 그 걱정은 의외로 빨리 무너졌다. 두 사람은 이미 그들만의 방식으로 여행을 하고 있었다. 시야가 남아 있는 친구가 옆자리 친구에게 세상을 묘사했다.
“야, 에펠탑이… 네 앞에서 하늘로 쭉 뻗었어. 너 키의 몇 배는 되는 것 같아. 철로 만든 숲 같아. ”
색깔은 이렇고, 크기는 얼마나며, 친구가 느끼는 감정까지 상세하게. 여행지에서 마주하는 장소와 사물에 대한 화려함과 경이로움을 담은 말들이, 마치 친구의 눈이 되어 세상을 선물하는 언어였다.
처음엔 조심스러워하던 다른 여행자들도 조금씩 마음을 열었다. 누군가는 두 사람의 손을 잡고 길을 건넜고, 누군가는 사진 대신 장면을 말로 전했다. 모두가 각자의 방식으로 여행을 온전히 즐길 수 있도록 도왔고, 보이지 않아도 함께 나눌 수 있는 순간이 존재했다.
서로의 존재를 느끼고, 소리를 듣고, 같은 공기를 마시는 순간들이 카메라 렌즈를 넘어서 서로의 시선이 빚어낸 언어로 충분히 채워질 수 있다는 걸 그날 처음 알게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