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

나를 가둔 건 정체일까, 생각일까

by zeon
퇴근길 정체에 갇힌 날.


가끔은 하루가 흘러가는 게 아니라, 내가 하루에 끌려가는 기분이 들었다.

빽빽이 들어찬 차들과 꽉 막힌 도로는, 생각으로 가득 차 숨 막히는 내 머릿속 같았다.

앞으로도, 뒤로도 나아가지 못한 채, 마음은 무거운 물속에 잠긴 듯 가라앉았다.


집에 돌아오면 그냥 누워버렸다.

눈도 감지 않고,

핸드폰도 보지 않고,

그저 멍하니 천장을 바라보았다.


벽지의 무늬는 그대로인데, 그 아래에서 바닥이 무너져 내리는 느낌.

아무 생각도 없는 게 아니라, 너무 많은 생각이 뒤엉켜 결국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태.


그런 시간이 두려웠던 과거의 나는 항상,

‘이렇게 멈춰 있어도 괜찮을까?’

‘시간을 낭비하고 있는 건 아닐까?’

자책과 탄식 섞인 질문들이 나를 더 옭아맸다.


한순간도 허비해서는 안 된다는 강박, 쉬는 것조차 ‘잘 쉬어야 한다’는 압박이 내 눈을 가렸다.

허공에 매달려 버티고 있다는 기분이 들었을 때, 나는 손을 놓았다.

그런데 떨어지지도, 넘어지지도 않았다.


멈춰 있던 시간은 나를 조용히 회복시키고 있었을 뿐이다.

몸이 멈추었을 때, 마음은 서서히 진정되었다.

무의식 속에서 헝클어진 감정이 자리를 찾았고, 생각의 타래가 조금씩 풀렸다.

움직이지 않아도, 나는 여전히 살아있음을 느꼈다.


그래서 아무것도 하지 않는 연습을 시작했다.

멍하니 있는 시간에 죄책감을 갖지 않는 법,

성취가 없는 하루에도 나를 미워하지 않는 법,

고요히 멈춰 있는 나를 바라보는 법.


잠시 쉬는 것만으로도 충분하고,

창밖의 세상을 관찰하는 것만으로도 살아 있는 일이다.

가치가 꼭 쓸모로만 증명되는 건 아니었다.

존재하는 것, 그 자체로 충분하다.


물론 이런 연습은 쉽지 않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서 혼자만 멈추었다는 사실만으로도 불안해지기 때문이다.

멈춘 듯 보이는 퇴근길 차량들도 목적지는 있다.

그리고 엔진은 여전히 타오르는 중이다.

조용히 머무는 시간도 버리는 것이 아니라 과정일 수도 있다는 걸.


이제는 하루 중에 그 시간을 한 조각씩 꺼내, 그 안에 가만히 앉아 본다.

겉으로는 의미 없는 순간 같아도,

그 속에서 조금씩 감각이 돌아오고, 조금씩 나 자신이 돌아온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그 순간에도,

나는 살아 있다.


세상은 멈췄다고 말하겠지만,
나는 지금, 가장 조용하게 살아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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