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감정이 지나가는 자리

by 히키

나는 내가 두렵다.

끝없이 흘러가는 시간 속에서 유유히 흩어질 듯한 이 공간이, 이 시간이, 그 안의 내가 두렵다. 그래서 시작했다. 사라지기 전에, 오늘의 모양을. 내면의 온도를. 나를.

나는 스무 살이다. 중2 때 몸과 마음이 함께 무너져 학교를 그만뒀다. 한동안 시체 같았다.

세상이 붉은빛으로 보이던 때, 집 밖의 괴물들과 집 안의 불안 사이에서 하루하루를 견뎠다.

지금은 괜찮아지고 있다. 전혀 나아지지 않을 거라 생각했던 일상에 조금씩 균열이 생겼다. 작은 틈 사이로 빛이 들어온다.


이것은 특별한 회복기가 아니다. 그저 한 사람의 하루. 무너지고 일어서기를 반복하는 평범한 기록이다. 어떤 날은 꿈을 꾸고, 어떤 날은 밖에 나가고, 어떤 날은 글을 쓴다. 작은 일상이지만, 나에게는 큰 용기가 필요한 일들이다.

감정은 지나간다. 하지만 그것이 지나간 자리는 남는다. 그 흔적들이 모여 오늘의 나를 만든다. 나는 그 자리들을 기록한다. 내가 살아있다는 것을, 조금씩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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