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09.02

by 히키


오늘은 잠을 2시간밖에 못 잤다.
어제 마신 아인슈페너 때문일까. 커피인 줄 알면서도 마셨던 그 달콤 쓴 맛이 밤새 나를 깨워두었다.

뒤숭숭한 마음으로 엄마 차를 타고 1시간 거리의 PC방으로 향했다. 엄마가 일하는 곳.

PC방은 평범했다. 성수기엔 바쁘고 비수기엔 한가한, 오후 4시가 되면 학생들이 몰려오는 그런 곳. 나는 모니터 뒤에 숨을 수 있는 구석자리를 찾아 앉았다.

사회공포증, 대인기피증. 이런 단어들이 나를 정의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의 행동반경을 결정한다.
어제 산 하얀 점프슈트를 입고 왔다. 한껏 치장했다고 해야 할까. 아니면 갑옷을 입었다고 해야 할까.


가끔 카운터에 있는 엄마와 이야기하러 왔다 갔다 했다. 그때 그 남자를 마주쳤다.

모자, 중장발 곱슬머리, 흰 반팔 셔츠에 검은 이너. 스타일리시하다고 해야 할까. 시선이 한 번 스쳤을 뿐인데, 나는 본능적으로 경계했다. 동물이 위험을 감지하듯.

시간이 조금 지나고, 그가 내 자리로 왔다.

"인스타 하세요?"

처음엔 동생이 온 줄 알았다. 반가운 마음으로 고개를 들었다가, 낯선 얼굴을 보고 몸이 굳었다. 눈동자가 이리저리 굴러다녔다. 통제할 수 없었다

"인스타는 안 해요. 죄송합니다."

나는 고개를 숙였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었다.

그가 인스타를 물었을 때, 나는 기쁨보다 위협을 느꼈다. 정확히 무엇이 무서웠냐면, 거절 자체가 아니라 그 거절이 전달되는 과정이었다. 내 목소리가 어떻게 들릴까. 내 표정이 어떻게 보일까. 내가 뿜어내는 공기가 그를 불쾌하게 하지는 않을까.

빈 껍데기인 내가 이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는 걸, 그가 단번에 알아차리면 어쩌지.

남자는 공손하게 작은 목소리로 대답하고 돌아갔다.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화면의 글자들이 흐릿하게 번져 보였다. 아직도 심장이 저릿하다.

9시간의 지루함을 끝으로 집에 돌아왔다. 바깥으로 나가면 이런 일도 생기는구나. 누군가 내게 다가오고, 연결을 시도하는 일. 보통 사람들에겐 설레는 일일 텐데, 나에겐 공포다.

사람들과의 연결.
나는 그것을 원하지 않는다. 너무 아프기 때문이다.

연결은 곧 상처의 가능성이고, 관계는 무너질 위험을 내포한다. 이미 충분히 무너져본 나는 더 이상의 균열을 감당할 자신이 없다.

이런 생각이 잘못된 걸까?
연결을 거부하는 것이, 혼자 있기를 선택하는 것이 비정상일까?

모르겠다. 다만 오늘의 나는 그 남자의 요청을 거절했고, 그것만으로도 진이 빠졌다. 세상과 나 사이의 벽은 여전히 두껍고, 나는 아직 그 벽 뒤가 더 안전하다.

그래도 괜찮다고, 오늘은 스스로에게 말해주고 싶다.
천천히 가도 된다고.

아직 준비가 안 됐다면, 기다려도 된다고.

하지만 기뻤던 거는 사실이다.


언젠가는 이 벽도 조금씩 얇아지겠지.
오늘은 아니더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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