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애로봇 서비스

1장

by Nchips

“다음 소식입니다. 국내 최대 플랫폼 기업인 코너가 다음 달부터 인공지능을 탑재한 연애로봇 서비스를 본격적으로 실시할 예정입니다. 사용자의 이상형에 따라 외모, 성격 등 맞춤형으로 설정할 수 있으며, 담당 매니저의 섬세한 관리 하에 평소에 추구했던 연애 판타지를 맛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입니다. 현재 오픈을 앞두고 있으며…”


“다들 보셨죠, 뉴스?” 백윤호가 말했다.


“다음 달부터 본격적으로 저희 코너의 AI연애로봇 서비스 LOVER-7을 정식으로 선보이게 됩니다. 이번 런칭에 투자도 많이 했고, 신경도 많이 쓴 거 다들 아실 거예요. 대중들 관심도 최고조고요.”


회의실에 차가운 공기가 맴돌았다. 코너의 전략기획본부 팀장인 백윤호는 완벽주의자로 회사 내에서 유명하다. 지난 몇 년 간 팀원들은 단 한 번의 휴가도, 연차도 쓰지 못한 채 이번 런칭에 모든 걸 걸었다.


“근데 아직도 시뮬레이션 해결이 안됐다는 게 바깥에 알려지면 우린 어떻게 될까요? 다-, 잘리는 겁니다. 나 포함해서.” 백윤호는 눈썹을 씰룩였다.


“정신 똑바로 차리고 카이 계속 확인하세요. 당연히 런칭 때까지 야근입니다.” 팀원들의 한숨소리가 곳곳에서 터졌다.


백윤호은 개의치 않고 말을 이었다. “아, 그리고. 오늘부터 저희 팀을 지원해줄 담당 매니저님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윤서진 매니저님.”


몇 시간전부터 서진은 회의실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엔지니어들과 마케팅팀, 기획팀 등 회사의 핵심 부서들이 모인 중요한 회의였다. 그런 자리에 일개 매니저인 자신이 왜 참여했는지, 정말 모를 일이었다.


‘이게 다 백윤호 때문이야.’ 서진은 생각했다. 서진과 윤호는 어렸을 때부터 엄마들끼리 친해 자연스럽게 알게 된 오빠 동생 사이였다.


자신을 호명하자 서진은 엉거주춤 일어나 인사했다. “아, 안녕하세요. 카이 담당 매니저 윤서진이라고 합니다. 고객 컴플레인과 로봇 매칭, 관리 업무를 담당하고 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도대체 뭘 잘 부탁드려야 하는지도 모르는 상황이었다. 자신은 그저 원래 근무하던 결혼정보회사의 매칭 매니저 일을 하다가 갑작스러운 백윤호의 부름에 본사로 오게 된 것이었다.


“서진 매니저님은 지금부터 약 한달 간 카이와 함께 지내실 겁니다.” 백윤호가 서진을 향해 말했다.


“네?” 당황한 서진이 되물었다.


“현재 저희의 모든 기술은 완벽하게 준비되어 있습니다. 거진 3일 안에는 고객님의 이상형, 즉 외모, 성격, 패션 스타일, 어느 배경에서 자란 사람인지까지. 물리적으로도 정신적으로도 다 구현해낼 수 있는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문제는,”


“시뮬레이션을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요. 너무 급하게 준비하는 바람에, 사람과 사랑을 시켜본 적이 없단 말입니다. 아마 시스템적으로는 문제가 없을 거예요. 명령어대로 고객님을 대할 텐데. 이 부분이 정말로 인간 같을지는 아직 불분명해요.”


서진은 생각했다. ‘그래서 나보고 로봇과 사랑에 빠지라고?’


백윤호는 어린시절부터 서진을 보고 자란 터라, 표정만 보고도 알아맞힐 수 있었다. “맞아요. 한 달 동안만 로봇과 연애해 주세요.”


“이건 정말 중요한 프로젝트입니다. 서진 매니저님이 함께해 주신다면, 정말 회사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물론. 인센티브는 당연하고요.”


서진은 거절할 수가 없었다. 사실 별 생각도 없었다. 왜냐하면 그냥 로봇일 뿐이니까.


‘참 묘하네. 인간을 위해 만들어진 이상형 로봇이라.’


회의가 끝난 후, 윤호와 서진은 회사 앞 카페에 마주앉았다.


“병원비 필요한 건 또 어떻게 알았어.” 서진이 빨대로 커피를 휘저었다.


“모르는 게 말이 되냐. 엄마가 말해줘서 알았지.” 윤호는 딸기 스무디를 시켰다. 답지 않게 달달한 입맛이다.


“암튼 고마워. 무슨 인센티브가 내 이 년치 연봉이냐. 근데, 위험한 건 아니지?”


“별거 없어. 그냥 한 달 동안 로봇이랑 연애하면 돼. 어차피 카메라 다 설치되어 있고, 이상 있으면 바로 조치 취할 테니까.”


“근데..” 서진이 갑자기 뜸을 들였다.


“근데 뭐?”


“그, 막, 뭐… 신체적인 접촉, 그런 건 없지? 막 뭐 그런 거 있잖아.”


윤호가 서진을 안심시킨다. “아이고, 없어. 이건 그냥 시뮬레이션이라니까. 그 성적인 판타지는 이미 확인 다 했어. 해결 안 된 건 감정적인 거야. 정신적으로 소비자가 진짜 인간이라고 착각할 수 있는가. 신체적인 욕망을 뛰어넘는 사랑의 감정. 그걸 완벽하게 구현하는 게 우리의 목표지. 물리적인 것만 서비스하면 그게 뭐 철학이 있냐?” 꽤 세게 이야기하는 윤호다.


“근데 가능할까? 오빠 말 대로 신체적인 건 그렇다 쳐. 근데 진짜 인간처럼 사랑한다고? 나 같으면 절대 몰입 안될 것 같은데. 그냥 학습한 거 잖아. 그냥 따라하는 거. 뭐, 인간 짝퉁이라고 해야 되나?”


윤호는 말없이 음료를 마셨다. 잠깐의 정적이 흘렀다. 서진은 진땀을 뺐다. 자신이 뭔가 실수했나, 걱정되었다. 아무래도 윤호가 근 몇 년 이 프로젝트에 혼신의 힘을 다한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로봇은 인간이 아니라고 생각했다. 아직까지는 정말 환상 같은 이야기였으니까.


“직접 보면 생각 달라질 걸.” 윤호가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 맞다! 너 이상형이 뭐라고 그랬지?” 갑자기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상형은 왜?”


“왜긴, 이제 너 맞춤형 로봇 커스텀해야지. 본체에다가 설정 입력하면 외모, 성격, 기타 등등 다 니가 원하는 대로 나올 거야. 너 예전에 구도현 좋아했어나? 그런 스타일?” 구도현은 로맨스 전문 배우로, 서진이 예전에 한창 좋아했던 연예인이었다.


“아니야, 그런 스타일!” 서진은 강력하게 거부했다.


“너 강아지파 아니었냐?” 윤호는 무심하게 말했다.


“아니라고. 난 완전 늑대파야. 완전 시크하고, 무심하고, 멋있고, 섹시하고, 막 이글거리는! 그런 야성적인 매력이 넘치는! 그래, 그런 거다!” 흥분하며 말하는 서진이었다.


윤호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내가 봤을 땐 아닌데.”


“내 이상형인데, 니가 뭘 알아? 어이가 없네?”


“암튼, 그 내가 알아서 설정할 테니까. 넌 그냥 즐기기만 해. 펜션도 되게 좋은 데 잡을 거야.” 그리곤 말에 틈을 두었다. 무언가 걸리는 표정이었다.


“진짜 그 로봇을 사랑해야 돼. 진심으로. 네가 최대치를 해줘야 우리도 파악할 수 있거든, LOVER-7의 한계치를.”


서진은 떨떠름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돈 받으니까 할 도린 다 할 건데.. 내가 인간도 아니고 로봇을 진짜로 사랑할 수 있을까?”


윤호는 의미심장하게 침묵했다. 그리곤 중얼거렸다. “곧 알게 되겠지.”


“승객 여러분, 모두 좌석벨트를 매주시기 바랍니다.”


프로젝트는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진은 제주도행 비행기를 탔다. 그곳에는 회사가 마련해준 고급 펜션이 마련되어 있었다.


‘내가 여기서 뭐 하고 있는 거지.’ 비행 내내 생각에 잠겼다. 로봇과 사랑에 빠져라. 이 무슨 삼류 로맨스 드라마 같은 지령인가. 서진은 병원에 있는 엄마를 떠올렸다. 몇 년 전 진단받은 암은, 항암치료와 함께 노력하고 있음에도, 전혀 회복이 되지 않고 있다.


승무원이 곧 기내식을 제공했다. 서진은 이어폰을 꼽고 음식을 먹으며 창 밖을 바라보았다. 남은 시간은 1시간. 1시간 뒤면 제주도에 도착한다. 본인이 알아서 시스템을 설정해놓겠다는 윤호의 말이 맴돌았다.


‘설마 진짜로 구도현 스타일은 아니겠지.’

‘아 그냥 강아지파라고 솔직히 말할 걸 그랬나?’

‘아니야, 지금 일하러 가는 거 잖아. 그게 중요해, 윤서진? 정신차려!’


속으로 오만가지 생각을 하던 서진은 피곤했는지 금세 잠에 빠져들었다.


어릴 적 윤호 오빠 가족과 함께 계곡에 놀러갔던 일이 꿈에 나왔다. 뜨거운 햇빛과 찰랑거리는 물결. 꽤 차가웠던 물의 온도와 발장구치던 서진의 모습. 새콤한 과일과 음료로 허기짐을 달래고, 다시 물에 들어가기를 반복하던 휴가철의 여유로운 이미지다.


그러나 평화도 잠시, 갑자기 사방이 어두워지며 배경은 곧 병원으로 바뀐다. 조명 하나가 희미하게 방을 비추고, 중앙 침대에는 아픈 엄마가 곤히 자고 있다. 서진은 조용히 다가가 엄마의 손을 잡아본다. 그 순간, 심전도 모니터에서 삐-소리가 나더니 곧 엄마가 몸부림친다. 서진은 당황해서 아무나 불러보지만, 결국 그 자리에 주저앉고 만다. 덜-컹.


“허억!”


비행기 착륙과 동시에 꿈에서 깨어났다. 식은땀과 함께 호흡이 빨라진 상태였다. 옆자리 사람이 놀라며 괜찮냐고 물었다. “승무원 부를까요?” 호의를 거절하며, 자신을 진정시키는 서진이었다. 갑자기 왜 이런 꿈을 꾼 건지 모를 일이었다. 서진은 문득 엄마가 위독한 건 아닐까 걱정되었다.


“딸, 무슨 일이야? 너 오늘 출장 간다고 하지 않았어?” 다행히 목소리가 좋다.


“엄마, 별일 없지?”


“어, 엄마 괜찮아. 너 뭔 일 있어?”


서진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제서야 완전히 안심했다.


“아니야. 그냥. 보고 싶어서.”


엄마는 주책이라며 호탕하게 웃고는 전화를 끊었다.


공항에서 나와 택시를 타고 윤호가 보내준 주소로 출발했다. 가는 길 내내 어딘가 불안하면서도 평온했다. 무슨 일이 일어날지 도저히 예상할 수 없었다. 자신의 회사의 중요한 프로젝트에 참여한다는 사실이 믿기지 않았다. 자신은 늘 엑스트라였다. 그리고 백윤호는 항상 핵심 인재였다.


서진은 항상 중간이었다. 외모, 성적, 매력도 다 중간. 존재감이 없는 것이 장점이자 단점인. 그런 평범한 사람. 그런 자신을 특별히 미워하지도, 좋아하지도 않는 사람이었다. 반대로 윤호는 항상 주목받는 사람이었다. 명문대, 대기업, 빠른 승진. 유능한 사람이었다.


서진은 그런 윤호를 남몰래 짝사랑했다. 딱히 티는 내지 않았다. 어차피 잘될 기미도 없었다. 그저 자신은 한 발짝 뒤에서 그를 챙겨주고, 한 번쯤 자신을 봐주는 것으로 만족했다. 원체 큰 욕심을 가질만한 그릇이 아니었다.


“손님, 도착했습니다. 펜션이 아주 멋지군요.”

기사님께 카드를 건네며 동의했다.


“그러게요. 저도 이런 곳은 처음이에요.”


“특별한 경험을 하시겠네요. 즐거운 여행 되시기 바랍니다.”

서진은 어색하게 웃으며 택시에서 내렸다.


‘펜션이라더니. 이건 완전 저택이잖아.’

하얀색의 높은 담으로 둘러싸인 저택. 대문도 하얀색이었다. 안을 슬쩍 살펴보니 잘 관리된 정원이 인상적이었다. 마치 중세 시대의 귀족의 집 같은. 고풍스러우면서도 조용한 공간. 우체통은 특이하게도 검은색이었다.

띵-동.


초인종을 눌렀다. 안은 잠잠했다.


띵-동.


다시 한번 눌렀다. 서진은 인내심이 그리 많은 편은 아니었다.


한참 뒤에 문이 철컥-, 열렸다.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저택으로 들어갔다. 집 현관까지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서진은 대문을 기준으로 세계가 나뉘는 느낌이 들었다.


그 순간, 저 멀리서 사람의 실루엣이 희미하게 보였다.

화, 목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