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번외 편: 혹시라도 도움이 될 수 있다면

모두 아프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by Joyce 노현정

그동안 글을 읽어주시면서 많이 공감해 주시고 제 건강과 안부를 물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립니다. 건강을 회복한 상황에서 과거를 회상하고 고백할 수 있었음에 늘 감사하고 있습니다. 사실 투병수기의 목적보다는 수필로써 깨달음을 고백하는 것이 글쓰기를 시작한 이유였지만, 너무나도 생소한 병들이었기에 그에 대한 설명 또한 틈틈이 더하고 싶었습니다. 특히 흉선종, 중증근무력증등을 온라인으로 검색하시다가 제 글을 만나신 분들도 많으신 듯하여, 주변에서 물어봐주신 내용들을 바탕으로 번외 편을 급히 만들어보았습니다.


1. 몸이 아프기 전에 전조증상은 없었나요?

돌아보면 병이 발병되기 전 1년 정도 유난히 피곤함을 많이 느끼긴 했었습니다. 제 몸 안에 이상이 생긴 것이 언제부터일지 가늠하기는 어렵지만, 기억되는 특이한 증상이 있다면 발병된 시점으로부터 1년 전 제가 모든 미각을 잃었던 것이었습니다. 2018년 11월 스트레스가 비교적 컸던 당시 갑자기 모든 맛을 잃어버리고 입안에는 너무도 쓴맛만 났습니다. '드라마 속 장금이도 아니고, 내가 왜 이러지' 싶었던 이 증상은, 한 달이 넘는 시간 동안 그 어떤 맛도 느끼지 못하다가 서서히 돌아왔습니다. 훗날 투병을 하면서, 드물지만 맛을 상실하는 것은 자가면역질환의 초기 신호일 수도 있다는 설명을 듣게 되었습니다.


또한 발병 전 1년 동안 저는 늘 잔기침을 하였습니다. 마침 2019년 여름 제가 아프기 전, 저의 결혼 준비로 엄마께서 미국에 잠시 오셨었습니다. 엄마께서는 3년 만에 만난 제가 없던 잔기침을 계속한다며 여러 번 제 상태를 물어보셨습니다. 돌아보니, 그 잔기침은 흉선종 때문에 이어졌던 듯합니다. 흉선종은 몸안 깊은 곳에서 상당히 천천히 자라는 종양이고 그래서 정기적인 건강검진이 아니고서는 발견되기 어려운 병이라고 합니다. 저의 경우에는, 암은 아니었지만 경계성종양으로써 흉선종이 빠르게 자라며 많은 통증을 동반했기에 병을 찾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2. 연하장애로 인해 음식을 먹기가 어려웠을 때는 무엇을 섭취하였나요?

저는 글에서 맛있는 음식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먹는 것에 대한 행복을 여러 번 언급했습니다. 그만큼 일상의 식사가 주는 안정감과 행복은 크고, 또 건강을 지키기 위해 필수적인 것임을, 투병하며 너무 강하게 느낀 듯합니다. 연하장애가 심해지고 보니 그게 무엇이든 "꼴깍" 삼키는 것은 너무 어려웠습니다. 하지만 투병을 잘 해나기 위해서는 무엇이든 먹을 수 있도록 노력하라는 의사 선생님의 조언도 있었기에, 따라주지 않는 제 몸상태 때문에 저의 마음도 참 어려웠습니다.


중증근무력증 환자를 위해 식사를 준비하신다면 견과류는 치명적이며 매운 음식, 짠 음식, 자극적인 음식 또한 피하셔야 합니다. 너무나도 약해져 버린 근육 때문인지 목 안은 새로 태어난 아기의 상태와 같다고 보시면 될듯합니다. 아주 잘게 부서지는 견과류, 까끌거리는 튀김, 바스락거리는 과자등은 잔여물이 목에 남기에 삼킴이 아주 어렵습니다. 심지어 맛이 좋은 멸치볶음도 중증근무력증 환자인 제게 기침을 유발하는 힘든 반찬이었다고 말씀드린다면 이해에 도움이 될지 모르겠습니다. 목에 남은 잔여물은 기침을 유발하고 음식물이 기도로 들어갈 수도 있기에 상당히 위험한 점을 설명드리고 싶습니다. 많이 씹어야 하는 반찬들, 큰 덩어리의 음식은 당연히 삼가셔야 하고, 삼키기 좋은 반찬은 푸딩이나 아주 작은 알약처럼 넘어가는 것들이라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미음, 잘게 썰은 물배추 김치 및 소고기 (불고기보다는 표면이 비교적 더 부드러운 갈비살), 두부, 아주 부드러운 계란찜등이 저에게는 알맞은 식사 메뉴였습니다. 음식을 쉽게 삼키지 못하기에 늘 소량의 식사만이 가능한 것도 보호자로서 염두에 두시면 좋겠습니다.


3. 연하장애로 힘든 환자에게 전할 수 있는 추가적인 정보가 있을까요?

미국에는 Jello라는 아주 부드러운 크림 같은 푸딩이 있습니다. 알약을 삼키는 것도 힘이 들었던 저는, 나이팅게일처럼 친절한 간호사의 아이디어로 Jello를 약을 삼키기 위해 사용했습니다. 푸딩 속에 알약을 숨겨서 푸딩을 한입 천천히 삼키다 보면 약도 함께 목안으로 넘겨졌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동안 약을 먹기 위해 Jello를 참 많이 먹었고, 그래서 지금은 마켓에서 Jello를 발견해도 절대 눈길 한번 주지 않는 저를 발견합니다.


목안이 너무 약해져 있기에 일반 치약을 쓰는 것도 입안에 통증이 발생했었습니다. 저의 경우는 어린이용 치약을 사용했는데 큰 자극 없이 도움 되었고 이러한 사용의 필요도 예상하시면 좋겠습니다. 병이 발병된 후, 저는 따뜻한 커피를 한입 먹는 순간에도 목안에 엄청난 고통을 느꼈습니다. 자극이 덜한 물, 우유, 과육 없는 맑은 주스등을 마셨고 복용방법은 늘 빨대를 사용했습니다.


4. 숨이 막히는 순간 어떻게 그 고비를 넘기었나요?

호흡곤란이 올 때는 정말 내 몸의 호흡기관이 그대로 멈추는 느낌이라 어찌할 방도가 없다 보니, 저에게는 다시 생각하고 싶지 않은 두려움입니다. 여동생이 내 손을 잡으며 이 고비를 넘길 수 있다고 말해주었던 그날, 저는 정신을 차린 후 새벽 3시가 넘은 시간에 동생과 응급실에 갔습니다. 하지만 응급실에서도 어떻게 도움 줄 수 있는 것이 없었습니다, 근육의 힘 빠짐에 약이 있는 것이 아니니까요. 무력하게 힘들어하는 저에게 어느 남자간호사가 안타까워 하면서 얼음을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간혹 호흡이 어려울 때 얼음을 먹으며 버티는 환자들이 있다고 했습니다.


응급실에서 동생이 떠다 준 얼음을 삼키다 보니 무력한 목구멍으로, 얼음의 물이 녹아내려가면서 얕게나마 숨이 쉬어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되돌아보니, 차가운 얼음이 순간적으로라도 기도 근육의 수축을 발생시켜 호흡이 막히는 상황을 나아지게 했었으리라는 생각이 듭니다. 새벽 3시에 달려간 응급실에서 저와 여동생은 정말 큰 Tip을 하나 배워왔다고 좋아했습니다. 그 후로도 호흡곤란으로 숨이 막힐 때에는 동생이 달려와 넣어주는 얼음을 입에 물고 버텼습니다. 집에서도, 병원 입원중에도, 제 옆에는 얼음이 상시대기 했던 기억이 납니다. 부디 이러한 상황에 계시는 분이 아무도 없으시면 좋겠지만, 이러한 정보 또한 혹시라도 도움이 될까 이곳에 남겨둡니다.




연재글을 쓰면서 가장 힘들었던 것은, 이겨냈다고 생각하는 병들 때문에 다시 아플 수 있지 않을까 라는 괜한 두려움이었습니다. 하지만 병을 만난 후, 저는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서 미리 걱정하지 않기로 결심해 왔습니다. 그래서 이유 없이 재발이라는 두려움이 마음속에 불쑥 올라오는 순간에는, 그 감정에 사로잡히기보다는 삶에 감사할 것들을 찾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고 있습니다.


질병마다 증상과 특징은 다르지만, 어떠한 이유로든 몸이 무너지고 일상의 기능을 잃어갈 때 찾아오는 고통은 마음까지 침몰시킨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때로는 인간의 존엄성조차 잃어가는 듯한 투병의 시간 속에서, 저는 비슷한 시간을 겪었거나 겪고 계시는 분들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그래서, 회복을 했다는 저의 경험을 고백하는것도 참 조심스럽게 이어왔습니다. 모두가 아프시지 않으셨으면 좋겠습니다. 하루하루에 건강과 평안이 가득하시면 좋겠습니다.


이제 정말 '다시, 숨 쉬고 걷는 기적" 연재가 끝났습니다. 그동안의 격려에 다시 한번 더 감사드립니다.

keyword
수, 토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