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 단 한 조각이라도
자꾸만 손에 쥐어지는 온기가 있다.
예를 들면 할머니집에 갈 때마다
무거워지는 내 주머니같이.
자취를 하고나서부터
할머니는 내 식사를 항상 걱정하셨는데,
나는 정말 혼자서도 잘 챙겨 먹고 다니는 편이라
늘 그 부분을 어필해 왔는데도 소용없었다.
때론 나 혼자만 너무 잘 먹고 다니나 싶어
죄책감이 들 정도기도 했는데 말이다.
그래도 그녀의 걱정은 끝이 없어서
빈손으로 집을 나선 적이 없었다.
할머니가 아프신 이후에는
한동안 할머니가 어린아이 같이 느껴졌다.
이제는 내가 챙겨야 할 사람이라고 느껴서인지
보호자가 되어 살았던 잠깐의 시간이
꽤나 내 어깨를 무겁게 했던 것 같다.
지난주에 집에 다녀오는데,
애매한 시간대라 밥을 먹지 않고 집에 가려는데
기어이 내 손에 쥐어진 두유 하나.
두유의 무게는 가벼운데
집으로 오는 길에 내내 주머니가 무거웠다.
무거운 것이 내 마음이었는지 알 수는 없지만,
날은 추운데 하루 종일 따뜻한 온기로 살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