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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적응에 도움이 되었던 세 가지

처음이라서 더 용감했던, 나의 미국 적응기

by 쏭맘






미국에 막 도착해 정신없던 그 시기,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도 몰랐지만

지금 돌아보면 그때의 몇 가지 선택들

내 미국 생활에 좋은 시작점이 되어주었다.


특별한 계획 없이,

‘일단 해보자’는 마음으로 했던 일들이

지금 와서는 참 잘한 결정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그중에서도 특히 기억에 남는 세 가지를 적어본다.





1. 아이 학교 봉사활동


원래 잘 모르는 사람이 더 용감할 수 있는 것처럼

시간이 되는 대로 아이 학교 봉사활동에 지원했다.


솔직히 학교 분위기도 모르고 말도 못 하던 나는 큰 도움이 되진 못했다. 최대한 눈치껏 몸 쓰는 일을 위주로 했던 것 같다. 그래도 어느 정도 형성된 외국 엄마들 세계에 끼어드는 것도 쉽지 않았다.

매번 2시간 정도 활동하고 나면 집에 와서 완전히 녹초가 되곤 했다.


그렇지만 그 안에서 얻은 것들이 정말 크다.

나와 마음 맞는 사람을 한 명 정도는 만날 수 있었고,

그 인연은 지금까지도 이어지고 있다.


또, 아이가 학교에서 느끼는 치열함과

눈만 뜨고 있어도 에너지가 빠져나가는 느낌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아이의 시간에 비하면

내 봉사활동은 정말 짧고 가벼운 경험이다.

그런 짧은 시간에도 나는 지치고 힘든데,

우리 아이는 매일 7시간씩

말도 잘 안 통하는 외국에서

스스로 버티고 있다는 사실

정말 대견하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어

잔소리가 많이 줄게 되었다.


신기하게도,

아이도 엄마가 노력하는 모습을 보면서

용기를 얻고 좀 더 단단해졌다.




2. 아이 생일파티


이삿짐도 아직 오지 않은 상황에서

반 아이들에게 생일 초대 카드를 보내고

트램폴린장에서 생일잔치를 열었다.

미국에 온 지 한 달쯤 지났을 때였던 것 같다.


아직 친하지는 않았지만

반 아이들이 축하해 주러 와주었고,

그 속에서 친한 친구로 발전된 아이도 있었고

그렇지 않은 아이들도 있었다.


하지만 그 파티를 통해,

반 친구들 중 절반 정도의 부모님과

아이들 이름, 얼굴을 익힐 수 있었다.

그 계기로 아이는 플레이데이트도 하게 되었고,

나도 학교에서 열리는 행사에서

자연스럽게 스몰토크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생일잔치를 열었던 그 경험 덕분에

‘이방인’이라는 느낌이 조금은 덜 들었고,

적응을 좀 더 빠르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래서 지금 생각해도 참 잘한 선택이다.




3. 동네 엄마들보다 영어수업에서 먼저 친구 만들기


나는 안정이 되면 거기에 안주하는 성격이다.


아마 한국인 동네 엄마들,

아이 친구 엄마들과 먼저 친해졌다면

그 속에서 안정감을 느끼며

남은 시간을 보냈을 것이다.


그것도 좋지만,

나에게는

'미국에서 하고 싶은 To-do list'가 있었고

여기에 좀 더 집중했다.


아이 친구의 엄마들과는 반갑지만

적당한 거리를 유지하려고 했고,

아이, 남편과는 무관한

‘나만의 친구’를 만들기 위해

영어 수업을 신청했다.


처음엔 무료 ESL 수업에서 한국인 친구를 만들었고,

이후 컬리지 ESOL 수업에서는

학기마다 반이 바뀌며

다양한 나라,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을 만날 수 있었다.


수업을 들으며 자연스럽게 대화를 하게 되었고,

열심히 미래를 위해 노력하는 모습들을 보며

나도 자극을 많이 받았다.


특히, 라이팅 수업은 정말 큰 도움이 되었는데,

미국식 글쓰기를 익혀본 경험이

나중에 아이 영어를 도와줄 때 많이 도움이 되었다.


또 수업을 들으며 선생님들과도 가까워졌다.

그분들은 미국 생활에 유용한 팁들도 많이 알려주셨고,

나중에 취업할 때 추천인이 되어주시기도 했다.


그리고

수업을 들으며 마음이 맞는 한국인 친구도 사귈 수 있었다.

그 친구와는 지금까지도 가끔 만나며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지금 돌아보면,

잘 알지 못하던 그 시절에

용기 내어 선택했던 일들이

지금의 나를 만든 것 같다.


그때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가

긍정적인 나비효과가 되어

나의 미국 생활 전체를 더 따뜻하고 단단하게 만들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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