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해방, 그리고 돌아옴

윤아의 시점

by 호수를 걷다





THE OPERATION

7장. 제자리 – 완벽한 비밀


23. 짧은 해방, 돌아옴 (윤아의 시점)





(1)짧은 해방


윤아는 눈을 떴을 때, 뭔가 이상하다고 느꼈다. 3월 22일 새벽 2시 30분. 그날은…… 그녀는 어제를 기억해 내려 애썼다.


방 안에는 정적이 감돌았다. 그의 향기가 났다. 다시 그날로 돌아간 것처럼, 그녀는 그 자리에 있었다. 윤아는 침대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얼굴을 포갠 채 그를 바라본다. 그가 셔츠의 양팔 단추를 모두 잠그고, 한쪽 의자 위에 걸쳐 있던 재킷을 집어 들었다. 그녀가 고개를 반듯이 들었다. 헝클어진 머리칼이 어깨로 흘러내린다. 그녀는 건조한 시선으로 방을 가로지르는 그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마침내 그녀는 몸을 일으켜 세우고, 문 앞에서 재킷을 걸쳐 입는 남자의 손목을 붙잡았다. 하지만 그녀는 곧 손을 놓아야 했다. 그는 그녀가 없는 것처럼 방 안을 걸었다. 그리고 문을 열었다. 문 앞에 선 그녀는, 무심하게 자신의 팔을 뿌리친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들 사이엔 더 이상 어떤 대화도 없었다. 윤아는 차마 “가지 말라”는 말을 할 수 없었다.


한참 동안 건조한 표정으로 복도 끝을 응시하던 그녀의 머릿속에는, 단 한 시간 전, 그들이 함께했던 시간이 겹쳐지고 있었다.

그녀는 아무렇게나 묶었던 머리를 풀며 천천히 방 안으로 들어갔다.

잠시 몸을 잔뜩 웅크린 채 침대에 누웠다. 밤거리의 소리가 들려왔다. 이내 그것도 사라지고, 방 안은 곧 적막해졌다.


한참 후, 그녀는 몸을 일으켰다. 완전히 다른 표정이었다. 무언가를 결심한 듯도 하고, 포기한 듯도 한 표정이었다. 그녀는 태연한 얼굴로 창문을 닫고, 커튼을 쳤다. 그리고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녀는 곧 잠깐동안의 부재를 경험한다 — 억눌림, 옭아매임, 그리고 그녀 자신의 건조함으로부터의 짧은 해방으로부터.








(2)돌아옴



그녀는 다시 눈을 떴다. 부재 동안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분명히 그의 집에서 잠이 들었는데, 지금은 자신의 집에서 눈을 떴다. 그리고 옆에는 지만이 의자에 앉은 채 잠들어 있었다.


그녀는 기억을 더듬어 본다.


'무슨 일이 벌어진거지'


그녀는 인성에게 모든 걸 따져 묻고 싶었다. 그 사진들, 그의 은밀한 시선들 — 그 모든 것들을 따지고 싶었다. 그리고 미련 없이 그에게서 빠져나오고,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고, 그를 생각에서 지워버릴 참이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렇게 하지 못했다.


그를 보는 순간,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아무렇지 않은 듯, 일상적인 행동을 했다. 그렇게 그 전날과 같이 사랑을 했고, 나는 끝이 날까 아쉬워했고, 그는 떠날 때 역시 나를 바라보지 않았다. 그리고 나는 그를 붙잡지 못했다.

그리고나서, 나는 칼을 들고, 그의 심장을 찔렀던 것 같다.


그녀는 생각해냈다. 그의 심장을 찌를 때 손에 전해지던 칼의 압력, 그때 그의 표정, 그의 향기, 그리고 나의 향기— 그 순간의 모든 향기들을.


머릿속을 스쳐가는 이미지들이 하나로 이어졌을 때, 그녀는 두려움에 휩싸였다. 그리고 시선이 닿는 곳을 바라보자, 지만이 의자에 앉아 있는 모습이 보인다.


'그가 모든 걸 해결한 것일까.'


잠에서 깬 그가 눈을 뜨고, 깨어있는 그녀를 바라본다. 그녀는 그의 눈동자를 바라본다.


“기억이 안 나.”
그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일이 있었는지는 알아. 내가—”
그는 창가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그녀는 고개를 숙이고 말하지 않는다.


그는 일어나 커피를 끓이고, 다시 침대로 돌아온다. 그리고 그녀에게 커피를 건낸다. 윤아는 그의 손을 잡는다. 그가 침대에 앉자, 그녀는 그의 어깨에 몸을 기댄다.


그 뒤로도, 그들은 오랫동안 말없이 서로의 몸을 기대고 있었다.








THE OPERATION

https://brunch.co.kr/brunchbook/the-operation

[브런치북 소개]

이 작품은 인간 내면의 다중성과, 사랑 속에서 일어나는 자아의 분열과 통합을 다룬 심리소설입니다.

융의 ‘Self–Persona–Shadow’ 개념을 바탕으로, 기억과 망각, 침묵과 거짓 사이에서 존재의 경계를 오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를 그립니다.


“사랑은 나를 하나로 만들어주는가, 아니면 또 다른 나를 만들어내는가?”

사랑이 존재의 통합을 이루지 못할 때, 인간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복제하고, 그 시선 속에서 새로운 자아로 다시 태어나려 합니다.


이 소설은 사랑과 정체성을 실험하는 심리소설이자, 복제된 자아의 시대를 사유하는 실존적 이야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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