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자리 네트워킹의 시간
수습(修習)이란 학업이나 실무를 배우는 것을 뜻한다. 기자들은 농반진반으로 짐승 수(獸)를 사용해 수습(獸習) 기자라 불렀다. 아직 인간이 아니기에 짐승처럼 가르쳐도 된다는 뜻이다. 야만과 낭만이 공존하는 시기였다. 노무사 수습은 어떨까?
노무사 시험에 합격하면 수습노무사 집체 교육을 연초에 받게 된다. 한 달간 교육만 받으면 되는 시기이다. 노무사 생활 중 가장 행복한 시기로 손꼽힌다.
물론 2차 시험에 합격하자마자 수습처를 구한 노무사의 경우 교육 기간 중에도 업무를 본다. 강의 시간에 노트북으로 의견서를 작성하는 식이다. 소속 노무법인의 대표 노무사도 교육 기간 중에 업무를 부여하고 싶어 하는 눈치였으나, 사전에 철저하게 방어한 덕에 집체 교육에만 집중할 수 있었다.
소속 노무법인 노무사들의 부러움 속에 집체교육에 참여했다. 한 노무사는 집체 기간 동안 매일 저녁 술을 마시는 것은 디폴트 값이고, 교육 시간 중에 술을 마시러 나갈지 말지가 옵션이라며 술자리 무용담을 전하기도 했다.
정말 술자리가 많았다. 17명씩 20여개 조가 짜였고, 매일같이 술자리가 마련됐다. 조별 술자리뿐만 아니라 출신 학교별, 지역별, 취미별, 나이별, 별의별 모임이 다 만들어졌다. 그야말로 네트워킹의 시간이다.
특히 조별 동기 모임은 운명이라도 만난 것처럼 끈끈했다. 같은 조에 소속된 동기들은 집체 교육 이후에도 지속적으로 교류하며 업무적으로도 상부상조하며 살아가게 된다.
교육과정은 나름 체계적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오전 10시에 수업을 시작해 하루 5,6시간의 교육이 진행됐다. 노무사의 직업윤리는 물론 HR컨설팅, 노동사건, 산재사건, 산업안전 등 노무사 실무와 관련한 프로그램이 교육과정을 빼곡히 채웠다.
집체교육 기간에는 실무 수습처 확보 전쟁이 펼쳐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미리 수습처를 확보한 노무사는 다소 여유롭게 강의도 듣고 하지만, 그렇지 못한 노무사는 교육을 제대로 받지 못한다. 이력서를 넣어야 하고, 면접을 봐야 하고, 집체 교육 출석도 챙겨야 하며, 저녁에 술자리도 참석해야 하기에 정신없이 생활한다.
다행히 실무 수습처가 마련되어 있었기에 집체교육을 제대로 들을 수 있었다. 매일 이어지는 술자리도 50대라는 나이를 내밀어 적당히 피할 수 있었다. 일찍 시작한 수습노무사 생활로 소진된 몸과 마음을 충전하는 시간으로 삼았기에 행복한 나날이었다.
집체 교육에 참가한 노무사 중에는 60대도 있었고, 비슷한 나이로 보이는 노무사들도 두세명 보였다. 외모를 통해 자연스럽게 서로의 존재를 알게 되고, 인사도 하게 된다. 모두 수습처를 확보했다고 하니 다행이다.
5060 수습노무사도 파이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