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신' 동기회장 선거

임기 없는 선출직

by 지무

집체 교육 기간에 이뤄지는 자치 행사 중 하나가 바로 동기회장 선거이다. 집체교육이 마무리될 즈음 2개 팀이 후보로 나섰다.


개인적으로는 별로 관심 가는 이벤트가 아니었다. 2030이 대다수인 데다 합격 기수도 달라 사실 동기라는 느낌이 크게 와닿진 않았다. 그런 이유로 강 건너 불 구경하듯 선거운동을 지켜봤다.


집체 마지막날 온라인 투표로 한 팀이 당선되었고, 그렇게 동기회 선거는 끝났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집체교육이 끝나고 한 달쯤 지났을 때 동기회 운영회칙이 공지되었다. 규정 보는 것이 일상화되어 있어 쉽게 읽어 나갔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회장이나 집행부의 임기가 없었다. 투표를 통해 선출된 회장의 임기가 없다니, 믿기 어려웠다. 다시금 운영회칙을 읽어봤지만 확인할 수 없었다. 한번 선출되면 종신 회장이 되는 회칙인 셈이다.


젊은 노무사들이 하는 일인데 굳이 참견할 필요가 있을까 싶었다. 다른 누군가가 분명히 문제를 제기할 것이라는 믿음도 있었다. 하지만 자정이 다 되어도 운영회칙에 대한 아무런 의견이 없었다.


답답한 마음에 총회를 통한 의견수렴이라도 해야 하지 않냐는 생각을 두루뭉술하게 단톡방에 올렸다. 두루뭉술한 답변이 돌아왔다. 이전 기수들의 회칙을 참고했고, 전체가 모이는 총회를 열기가 현실적으로 어렵다는 얘기였다.


운을 띄웠으니 추가적인 문제 제기가 있지 않을까 싶었으나 없었다. 그렇다고 들고 일어나 다툴 의지도 없었기에 유야무야되었다.


결과적으로 아닌 밤중에 홍두깨가 되어 버렸지만, 선거를 통해 뽑은 회장이 총회 의결 없이 종신 회칙을 만드는 것은 민주적이지 않다.


이후 처음 도입한 것이 성실회원제도다. 일정액 회비를 내면 성실회원이 되고, 각종 행사 참석에 우선권을 부여하는 제도이다. 회비를 내지 않으면 일반회원이 된다.


운영회칙으로 선거권은 박탈당했고, 일반회원은 2등 시민으로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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