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방망이 포괄역산임금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

by 지무

임금체불 진정을 겪은 회사는 포괄역산임금을 도입을 검토한다. 매달 일정한 고정 연장근로시간(OT)을 포함해 급여를 책정하는 것으로 향후 수당 미지급에 따른 법적 분쟁 가능성을 줄일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 입장에선 법적 리스크도 줄이고 연장근로도 부담 없이 시킬 수 있어 선호한다. 하지만 근로자 입장에선 고정 OT만큼 연장근로 수당을 못 받게 되므로 손해를 보는 제도이다.


포괄역산임금을 접하는 회사는 도깨비방망이라도 만난 듯하다. 고정 휴일근로시간도 넣고, 연차휴가수당까지 포함시키려 한다. 소규모 회사의 경우 근로계약서의 임금 구성 항목 및 계산 방법을 바꾸면 가능하기에 동일한 임금으로 총 근로시간을 고무줄처럼 늘렸다 줄였다 할 수 있다.


하지만 근로자로서는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이 같은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마땅한 수단이 없다. 10인 이상 사업장으로 취업규칙을 의무적으로 작성해야 하는 곳이면 취업규칙 불이익 변경을 이유로 근로자 과반수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10인 미만 사업장의 경우 그러한 절차 없이 도입 가능하다.


물론 근로계약서의 변경을 위해서는 근로자 당사자의 동의가 필요하지만, 동의하지 않으면 계약 종료로 고용불안에 빠지게 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동의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규모가 있는 회사도 포괄역산임금을 도입한다. 그들의 경우 근로자의 동의를 얻기 위해 기존 급여 수준을 유지하거나 소폭 인상하지만, 연장근로수당이 줄어들어 중장기적으로는 손해다. 노동조합과 같은 집단적인 대응 체계가 없을 경우 개별 근로자로서는 어떻게든 손해를 감내할 수밖에 없다.


포괄역산임금제도는 연장근로를 줄이기 위해 도입한 근로기준법을 형해화시킨다는 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 이는 경제학에서 말하는 악화(惡貨)가 양화(良貨)를 구축(驅逐)하고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근로시간을 고무줄로 만드는 포괄역산임금제도가 근로시간을 줄여온 근로기준법을 구축하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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