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가 필요할 때

몸과 마음 돌보기

by 지무

누적된 스트레스가 문제였을 것이다. 간당간당하게 유지되던 혈당 수치가 치솟기 시작했다. 한 달 전부터 상승세를 그리던 공복혈당이 가파르게 상향 곡선을 그렸다.


눈앞에 캄캄했다. 다시 가동된 월화수목금금금 생활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건강 이슈가 없어야 하는데,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예전과 달리 이번에는 마음이 민감하게 반응했다. '잠깐 그렇겠지'라고 생각했던 문제가 한 달 넘게 이어지고, 약물 복용에도 불구하고 수치가 내려가지 않자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했다.


출근해서도 일에 집중할 수 없었고, 퇴근 이후 야근해야 하는 상황이 괴롭기만 했다. 괴로움은 점차 일에 대한 의지를 갉아먹었고, 마음 깊숙한 곳에 우울감을 심었다.


아침 햇살에 빛나던 출근길은 먹구름이 드리웠고, 콩나물시루 같은 지하철은 폐쇄 공간에 갇힌 듯한 답답함을 주었다. 회사를 향하는 발걸음이 더 이상 가볍지 않았다.


중년에 찾아온다는 우울증이란 것일까. 건강에 대한 적신호는 몸과 마음, 생활 전체를 삼키는 듯했다.


업무에 대한 회의감도 깊어졌다. 항상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법률적인 문제를 고민해야 하고, 그러한 갈등 속에서 일을 해야 하는 상황에 고민이 깊어졌다. 좋은 일로 노무사를 찾는 경우가 없다는 말은 더욱 절망적으로 다가왔다.


다행인 것은 50년 경험이 만든 브레이크가 있다는 점이다. 건강에 적신호가 켜졌을 때 멈출 줄 알고, 감시견이 애완견으로 변하는 것을 멈출 줄 알며, 권력이 독재화되는 것을 멈추게 할 줄 안다.


이젠 브레이크를 작동시킬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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