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출근 with Tim Hortons

부러움의 출근길

by 지무

백수 시절 홍제천을 산책하면서 출근하는 직장인들이 참 부러웠다. 두 달 가까이 구직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그런 생각이 들었다. 흰색 블라우스에 검은색 바지를 입고 종종걸음을 옮기는 여성도, 서류가방을 들고 바쁘게 걸어가던 중년의 직장인도 부러움의 대상이었다.


그렇게 부럽기만 하던 출근길이 나에게도 열렸다. 얼마나 하고 싶었던 노무법인으로의 출근인가.


첫 출근이라 아침부터 부산스러웠다. 아내도 아침밥을 챙겨주느라 덩달아 분주했다. 9시까지 가려면 7시30분엔 집을 나서야 했다. 대표 노무사는 오전 10시까지 오면 될 것이라고 했지만, 첫 출근하는 수습노무사의 마음은 9시를 향하고 있었다.


마을버스를 탔다. 여행을 떠나는 기분이다. 몇 정거장 가지 못해 마을버스는 콩나물시루로 변했다. 각자 일터를 향한다는 묘한 동료애가 들었다. 마음 속으로 '고생 많으십니다'라고 응원했다. 마을버스에서 내려 지하철역까지 걸어가는 출근길 행진의 일원이 된 것도 기뻤다.


출근길 지하철에서 어깨가 부딪히고, 발이 밟히고, 사람 사이에 끼이는 상황도 나쁘지 않았다. 지옥철을 매일 타야 한다는 두려움은 아기다리고기다리던 출근길의 설렘을 넘어서지 못했다.


오전 8시 30분에 회사 근처 지하철역에 도착했다. 너무 일찍 도착했다는 생각에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팀홀튼 커피숍이 눈에 들어왔다. 캐나다 주요 교차로마다 볼 수 있는 팀홀튼을 한국에서 보다니 무척 반가웠다. 캐나다에서의 여유가 그리웠을 것이다. 거금 4000원을 지불하고 블랙커피를 샀다. 캐나다의 2배 가격이다.


커피를 마시며 잠깐 고민에 빠졌다. 9시에 사무실로 들어가는 것이 좋을까, 아님 10시에 가는 것이 좋을까. 9시에 가면 너무 신입사원 같고, 10시에 맞춰 가면 수습노무사에 필요한 근면 정신이 결핍된 것으로 보일까 걱정됐다. 중간을 택했다. 절반쯤 마시다 9시 30분에 사무실로 향했다.


사무실에 도착하니 노무사 1명만 나와 있었다. 나머지 20여개 자리는 비어 있었다. 가장 먼저 나온 것도 아니고, 가장 늦게 나온 것도 아니니, 의도한 중간 시간대에 나온 셈이다.

50대 수습노무사의 즐거운 첫 출근길은 이렇게 끝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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