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로계약서 써야지요?

by 지무

출근 첫날 젊은 노무사들과 점심을 먹었다. 함께 점심을 먹고 법인카드로 계산하는 시스템이었다. 1인당 한도는 1만원. 일부 노무사들은 과도한 업무에 대한 보상 심리로 1만원이 넘는 메뉴를 시키기도 했다. 테이블 끝에서 "이렇게라도 보상받아야지요"라는 외침이 들렸다.


식사 자리는 자연스럽게 50대 수습노무사에 대한 질문으로 이어졌다. 노무법인에 들어오게 된 과정에서부터 과거 직장에서의 생활 등 많은 질문이 쏟아졌다.


그중엔 근로계약서를 썼냐는 질문도 있었다. 아직 안 썼다고 하니, 옆에 있던 한 노무사는 “저는 들어온지 4개월 됐는데, 아직도 안 썼어요”라고 했다. 노무사들 중엔 근로계약서를 쓴 사람도 있고, 아직 작성하지 않은 사람도 있었다.


노무 관리에 있어 가장 기본이 근로계약서 작성인데, 노무 자문을 하는 노무법인에서 근로계약서를 작성하지 않는 경우가 있다는 것이 선뜻 이해되지 않았다. 아무리 바빠도 근로계약서부터 작성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다음날 오전 대표 노무사가 출근하자마자 근로계약서 이야기를 했다.


“대표님, 근로계약서 써야지요?”

“예, 오후에 합시다.


그날 오후 대표 노무사는 외부 일정이 있어 자리를 비웠다. 근로계약서 작성을 회피하려고 자리를 비운 것은 아니겠지만, 그렇게 근로계약서 작성은 또다시 미뤄졌다.


명색이 노무사인데 이 정도면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따른 법률적인 리스크를 검토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우선 근로기준법 제17조에 따라 근로계약서 작성 의무가 사용자 측에 있다. 따라서 근로계약서 미작성에 따른 법률적인 부담은 사용자가 지게 된다. 5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다만 임금, 근로시간, 담당 업무 등은 구두로 정해졌지만 근로계약 기간이 정해지지 않은 것이 남은 문제였다. 이 부분은 향후 해고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할 경우 근로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가능성이 있다. 다만 현실적으로 노무사들의 이직이 잦아 이 역시도 크게 문제되지 않는다.


결과적으로 근로계약 내용이 불명확한 것은 사용자나 근로자 모두에게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다. 다만 분쟁이 발생할 경우 자신의 주장을 뒷받침할 자료가 얼마나 확보할 수 있냐가 관건인데, 그럴 경우 대부분 사용자가 유리하다.


내일은 근로계약서를 꼭 작성해야겠다.

keyword
이전 01화첫 출근 with Tim Hort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