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의견서 작성

by 지무

어느새 익숙해졌지만, 첫 의견서 경험은 아직도 생생하다.


출근 둘째날 의견서 작성 업무가 떨어졌다. 자문사 질의에 대한 법률 검토서를 '의견서'라고 부른다. 수습노무사가 초안을 작성한 뒤 대표 노무사가 수정 보완하는 방식으로 의견서 작성이 이뤄졌다. 다른 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를 참고하면 금방 적응할 수 있을 것이라고 대표 노무사가 격려(?)했다.


다른 노무사가 작성한 의견서부터 읽어봤다. 질의사항에서 쟁점을 먼저 파악하고, 법률적인 검토 내용을 바탕으로 답변을 담는 형식이었다. 내용에는 쟁점 관련한 법조항과 대법원 판례, 고용노동부 행정해석, 노동위원회 판정례, 각종 매뉴얼 등이 담겨 있었다. 해당 기관의 취업규칙이나 인사규정, 상벌규정, 급여규정 등의 내규도 의견서를 뒷받침하는 재료로 사용되었다. 법률과 행정해석, 그리고 내규로 촘촘하게 짜인 그물망을 보는 것 같았다.


때로는 사실 확인이 두려울 때가 있다. 의견서 샘플을 확인하니 대표 노무사의 격려는 저 멀리 사라졌다. 관련 판례나 행정지침은 어디서 찾아야 하는지, 자문사 내부 규정은 어떻게 확인할 수 있는지, 기본 정보에 대한 접근 방식부터 까마득했다. 첩첩산중에 빠지는 기분이었다.


탕비실로 달려갔다. 커피머신에서 커피를 뽑아 들이켰다. 카페인의 힘을 빌어 '넌 할 수 있다'라고 되뇌지만, '정말 할 수 있을까?'라는 꼬리표는 떨어지지 않았다.


젊은 노무사에게 판례나 행정지침 확인 방법을 물어봤다. 늙은 노무사가 불쌍해 보였는지 친절하게 답변을 해주었다.


작업 속도를 높이기 위해 구글링을 시작했다. 여러 노무법인에서 블로그 등을 통해 올린 정보 중에 유사한 내용이 있는지 먼저 확인할 요량이었다. 몇몇 쟁점에 대해서는 딱 맞아떨어지는 내용이 없었다. 구글링이 1시간을 넘어가자 모래사장에서 바늘을 찾는 느낌이 들었다.


통상 의견서에 담기는 질의사항은 기존 판례나 행정해석을 통해 해결되지 않는 것들이 많다. 이레이버에서 주요 판례나 행정해석, 판정례를 찾고, LBOX에서 관련 판례를 확인하고 나서도 여전히 빈 공간이 존재했다. 몇 시간째 모니터를 보고 바늘을 찾느라 두 눈은 핏발이 섰고, 전두엽이 뜨거워지며 부하가 걸리는 것 같았다.


의견서 틀도 못 잡았는데, 저녁 6시가 넘었다. 다른 노무사들은 야근을 위해 저녁 먹거리를 주문했다. 칼퇴하는 인생 2라운드를 그리고 있던 터라 도망치듯 사무실을 나왔다. 아내에게는 ‘집으로 출근합니다’는 메시지를 남겼다.


집으로 가는 지하철 안에서도 업무 모드다. 휴대폰으로 구글링을 하고, 판례를 읽고 분석하며, 질의사항에 대한 의견을 담기 위한 근거를 찾고 또 찾았다.


아마도 하루 동안 수십 개의 판례를 읽고, 수십 개의 판정례를 점검하며, 수십 개의 행정해석을 살펴본 것 같다.


어느새 자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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