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부:달빛에 비추는 붉은 노을(12)
#12 [연기 사이로 들려온 이름]
하빈은 손끝에 남은 온기를 느끼며,
조심스레 편지를 손에 들었다.
종이는 차갑고 바래 있었지만,
무엇인가 부드럽게 숨을 내뿜는 듯한 느낌이 스쳤다.
그는 천천히 접힌 편지를 펼쳤다.
글자 하나하나가 귓가에 다가오는 듯,
말인지 바람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하지만 심장 깊숙이 스며드는 따스함이
오래 묵은 공허를 천천히 녹였다.
‘하빈아… 너는 결코 버려진 아이가 아니란다.
내가 끝까지 지키고 싶었던 나의 전부,
내 생명을 내어주고서라도 품고 싶은,
아주 소중한 존재… 보물 같은 존재…’
속삭임은 말로 들리는 것이 아니라,
마치 마음속 깊은 곳에서 스며오는 온기 같았다.
하빈은 눈을 감았다.
오랫동안 느껴보지 못한,
이름 모를 안도와 사랑, 슬픔이 뒤섞인 온기가
가슴 한가득 퍼져나갔다.
편지를 펼친 손 옆,
작은 상자 하나가 놓여 있었다.
열어보니 오래된 작은 물건들이 들어 있었다.
반짝이는 단추, 부서진 장난감 조각,
그리고 작은 메모 한 장.
손끝이 닿는 순간,
모든 것이 말을 걸어오는 듯했다.
속삭임은 여전히 그의 귓가를 스쳤다.
“하빈아, 내가 여기 있어.
멀리서 늘 지켜보고 있었단다.”
하빈은 손끝으로 작은 단추를 쥐고,
조용히 눈을 감았다.
붉은 잔, 하얀 연기, 속삭이던 글자.
꿈과 현실 사이를 오가던 모든 장면이
지금, 병실 안에서 마음속으로 스며들었다.
그는 속으로, 아주 조용히 중얼거렸다.
“…엄마… 나는 이제 알 것 같아.”
그리고 병실의 희끄무레한 빛 속에서,
하빈은 처음으로
잃어버린 시간과 사랑을 조용히 맞이하며
숨을 깊게 들이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