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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박빛 난로의 열기]

1부:빨간 빛에 스며든 달의 세계 (10)

by 윤주MAYOOZE
#10 [호박빛 난로의 열기]

호박빛 노을과 양초가 일렁이는 방 안.

열기는 너무도 후끈하여, 작은 방이 불빛으로 가득 차 숨조차 막히는 듯했다.


하빈은 무겁게 몸을 기댄 채 이마를 짚었다.

손끝에 닿은 이마는 불덩이처럼 뜨거웠다.


“어라… 몸이 왜 이렇게 달아오르지…?”

그는 혼잣말처럼 낮게 중얼거렸다.

“양초 때문인가… 그런데 이상하네… 몸은 뜨거운데, 으슬으슬 추워…. 몸에 힘도 빠지고….“


온몸이 화끈거리는 와중에도, 피부 깊은 곳에서는 차가운 기운이 스며나왔다.

땀이 송골송골 맺히면서도, 등골을 타고 내려오는 한기는 떨림을 멈추지 않았다.


여인은 조용히 다가와 그의 곁에 앉았다.

이마에 손을 얹은 순간, 잠시 눈빛이 흔들렸다.


“열이 많이 올랐네요… 몸이 오래도록 붙들고 있던 아픔이 이제 흘러나오려는 거예요…“


그녀는 젖은 수건을 가져와 그의 이마 위에 올려주었다.


차가운 감촉이 닿자, 하빈은 안도하듯 눈을 감았다.

숨결은 거칠었지만, 그 속에 묘한 해방감이 스며들었다.


하빈은 힘겹게 몸을 일으키려다 기침을 토했다.

“콜록… 콜록…”

입술은 바짝 말라붙었고, 목은 갈라진 듯 아팠다.


그는 뜨거운 숨을 몰아쉬며 낮게 중얼거렸다.

“몸이… 많이 안 좋네요.

불덩이처럼 뜨거운데… 그런데 왜 이렇게 추운 거죠?”


“으…. 추워….”

하빈은 몸이 오들오들 떨리며, 숨결까지 얼어붙는 듯했다.



여인은 그의 어깨를 살며시 눌러 앉히며 말했다.

“감기 몸살이 제대로 왔네요.

이번에 크게 앓고 나면, 오래 묵은 상처들도 함께 씻겨나갈 거예요.”


그녀는 젖은 수건을 조심스레 다시 하빈의 이마에 올리며 덧붙였다.

“몸이 흔들리는 만큼, 마음도 정리되는 거예요.

그러니 겁내지 말고… 그냥 흘러가게 두세요.”


작은 주전자에 라벤더 차를 데우자, 은은한 향이 방 안 가득 퍼졌다. 깨끗한 수건을 조심스레 적셔 짜낸 뒤, 하빈의 팔목 위에 살며시 올려놓았다.


차가운 감촉이 닿자 하빈의 숨이 가늘게 흔들렸다.

“하아… 시원하다…”

미약한 안도의 기운이 그의 입술 사이로 흘러나왔다.


여인은 난로로 가 장작을 더 얹었다.

불꽃이 ‘탁탁’ 튀며, 방 안 공기를 천천히 데웠다.


그녀는 두툼한 담요를 가져와 하빈의 어깨에 덮어주었다.

담요 속으로 파고든 그는 가만히 몸을 움츠렸다.

“고마워요… 혼자였다면… 버티기 힘들었을 거예요.”

목소리는 바람에 스치는 잎새처럼 가늘게 떨렸다.


여인은 곁에 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불빛에 비친 그의 창백한 얼굴, 젖은 수건 너머로 천천히 흐르는 땀방울.

손끝을 그의 팔 위에 올려 살며시 눌렀다.


“이제 아무 말도 하지 말아요. 그저… 쉬면 돼요.”

그녀의 낮은 목소리가 방 안을 가볍게 채웠다.


양초 불빛과 난로의 불길, 라벤더 향이 어우러지며, 작은 방은 묘한 고요에 잠겼다.

거친 숨결은 여전히 이어졌지만, 서서히 안온한 리듬이 깃들어 갔다.


하빈의 눈꺼풀이 천천히 내려앉았다.

숨결은 여전히 거칠었지만, 곧 파도처럼 잔잔히 이어졌다.


그는 스르르 잠에 빠져들었다.

담요 속에서 가끔 어깨가 들썩였으나, 이내 힘이 풀린 듯 고요히 가라앉았다.


여인은 그의 얼굴을 한참 동안 멍하니 바라보았다.

불빛에 비친 땀방울, 희미하게 떨리는 속눈썹, 붉게 달아오른 뺨.

모든 것이 낯설고도 애잔하게 느껴졌다.


난로의 불은 또 한 번 ‘탁’ 하고 튀어 올랐다.

그 순간에도 여인은 눈길을 거두지 않았다.


마치 이 순간을 마음 깊이 새기려는 듯, 추억 속을 헤매는 듯한 표정으로, 한참 동안 하빈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라벤더 향이 방 안을 감돌았고, 시간은 고요히 흘렀다.


여인은 속으로 다짐했다.

‘안 되겠다. 이대로 두고 갈 수 없어. 지금은… 내가 이 곳을 지켜야 해.’


여인은 수건을 고쳐주며 조용히 속삭였다.

“하빈 씨, 고생 많았어요…”

그의 뜨거운 숨결이 손가락을 스치듯 지나갔지만, 여인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


여인은 무언가 다짐한 듯, 그 자리에서 조용히 일어나 말했다.


“언젠가 떠나야 할 날이 오더라도, 지금 이 순간만큼은 끝까지, 단 한순간도 하빈 곁을 떠나지 말아야지…”









본 작품 《빨간 커피를 마시는 여인》은 저자 채유달의 창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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