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빨간 빛에 스며든 달의 세계 (8)
#8 [푸른 마음 속 불꽃놀이]
하빈의 눈앞에 펼쳐진 풍경은 마치 동화 속 한 장면 같았다.
천장에는 색색의 풍선이 가득 매달려 살짝 흔들리고, 갓 구운 빵 냄새가 달콤하게 공기를 채웠다.
아이들의 웃음소리가 그 향기 속에 섞여, 방 안 전체가 따스한 온기로 가득 찬 듯했다.
그 속에서 여인과 아이들은 자신들만의 작은 세계를조용히 만들어가고 있었다.
하빈은 순간, 자신이 엉뚱한 꿈 속에 들어와 버린 건 아닌가 싶어 잠시 숨을 고르며 발걸음을 멈췄다.
하빈은 문 앞에 서서 말문을 열려다 잠시 망설였다.
“어… 저, 잠깐… 이따가 다시 올게요.”
그러자 여인은 급히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그러지 않아도 돼요! 하빈씨, 많이 놀라셨죠?”
커피잔을 조심스레 테이블 위에 내려놓은 그녀는, 하빈을 바라보며 부드럽게 웃었다.
그 순간, 아이들이 와락 하빈에게 달려들며 작은 팔로 그의 허리를 꼭 안았다.
“삼촌! 우리 엄청 재밌는 거 했어요!”
작은 팔들이 하빈의 허리를 감싸 안자, 굳어 있던 그의 어깨가 서서히 풀리며 긴장이 사라졌다.
고개를 들어 올리자, 천장에는 알록달록한 풍선이 반짝이며 매달려 있었고,
테이블 위에는 크림과 과일로 정성스럽게 장식된 케이크가 고요히 빛나고 있었다.
“우와… 이거 다 너희가 만든 거야? 정말 아름답다.”
하빈의 목소리에는 놀라움과 따스한 감탄이 섞여 흘러나왔다.
여인은 살짝 긴장한 듯 두 손을 모으며 하빈을 바라보았다.
“하빈씨, 오늘 생일을… 아까는 제대로 챙겨드리지 못한 것 같아서요.
아이들과 함께 작은 파티를 준비했어요.
그나저나, 가게에는 잘 다녀오셨죠?”
하빈은 살짝 미소를 지으며 주머니 속에서 고이 포장된 양초를 꺼내 여인에게 건넸다.
“네! 여기 있어요.”
그녀는 두 손으로 양초를 받아들고, 고개를 살짝 숙이며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정말 고마워요, 하빈씨.
자, 이제 얼른 앉아서 케이크에 불을 붙여볼까요?”
아이들의 눈동자는 초에 비칠 작은 불빛을 기다리는 듯 반짝였고,
하빈은 낯설지만 가슴 한켠이 살짝 떨리는 것을 느꼈다.
“정말… 감사해요.”
하빈은 눈가가 살짝 젖는 것을 느끼며 조용히 속삭였다.
여인은 케이크 위에 작은 초를 하나하나 세우고, 접시와 포크를 정갈히 놓았다.
그리고 모두 함께 노래를 불렀다.
“생일 축하합니다~ 생일 축하합니다~ 사랑하는 하빈씨, 생일 축하합니다!”
아이들은 손뼉을 치며 환하게 웃었다. 눈빛은 초의 불빛처럼 반짝였다.
“하빈씨, 어서 소원 빌어요.”
여인의 말에 하빈은 눈을 꼭 감고 두 손을 모았다.
‘오늘 이 순간이 사라지지 않기를. 여기 있는 모두가 오래도록 행복하기를…’
그는 마음속으로 간절히 빌며 촛불을 후~ 하고 불었다.
작은 불꽃이 흔들리다 꺼지자, 방 안은 순간 고요해졌다.
아이들은 두 손을 모으며 환호했고, 여인은 조용히 눈을 감았다가 다시 하빈을 바라보았다.
촛불이 사그라지자, 방 안 가득 웃음과 작은 박수 소리가 퍼졌다.
그 순간, 하빈은 알았다.
이 밤, 이 방 안에서 자신이 오래도록 잊지 못할 기억을 얻었다는 것을.
그의 마음속에서는 조용하지만 찬란한 불꽃이 피어올랐다.
그리고 그것은 꺼지지 않을, 푸른 불꽃놀이였다.
여인은 조심스레 케이크에 칼을 대며 말했다.
“그럼 이제… 모두 한 조각씩 나눠 먹어볼까요?”
아이들의 눈이 반짝였다.
“네에~~~! 좋아요~!”
케이크가 고르게 잘리자, 폭신한 생크림과 싱그러운 과일이 접시에 담겼다.
여인은 조심스럽게 조각을 옮겨 담아 아이들과 하빈 앞에 차례로 내밀었다.
“맛있게 드세요.”
아이들의 눈동자가 반짝이며 포크를 들었고, 하빈도 잠시 멈칫하다가 고개를 끄덕이며 포크를 집었다.
작은 한 입이 퍼지는 순간, 방 안은 달콤한 웃음으로 다시 물들었다.
포크를 손에 쥔 아이들이 동시에 외쳤다.
“하나, 둘, 셋!”
그리고 동시에 케이크를 크게 베어 물었다.
“와아, 맛있다!”
“우와… 진짜 달콤해요!”
아이들의 입가에 생크림이 묻자, 하빈은 미소를 터뜨리며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레 닦아주었다.
그 순간, 마음속 깊은 곳에서 알 수 없는 온기가 스며들었고, 그는 문득 생각했다.
‘이런 시간이… 내게도 주어질 줄이야….‘
여인은 하빈이 조심스럽게 케이크를 한 입 베어 무는 모습을 바라보다가, 안도하듯 미소 지었다.
작은 공간은 웃음과 달콤한 향으로 가득 채워졌다. 한 입 베어 문 달콤함이 하빈의 마음을 녹이는 동시에, 아이들의 마음속 오래 묵은 슬픔도 스르르 흘러가고 있었다.
파티가 끝나고, 방 안에는 여전히 달콤한 향과 아이들의 웃음 여운이 남아 있었다.
하빈은 조용히 테이블에 앉아, 아까 가게에서 떠올린 두 번째 소원을 빨간 루나 카드에 적기 시작했다.
소원을 적어 내려간 뒤, 하빈은 잠시 펜을 내려놓았다.
저녁 하늘에는 둥근 달이 떠 있었다.
“우… 우와, 진짜 예쁘다.”
혼잣말처럼 내뱉으며, 그는 창밖으로 시선을 옮겼다. 달빛이 부드럽게 방 안으로 스며들고, 나뭇가지가 바람에 살짝 흔들리며 달빛을 흔들었다.
“이제 달이 두 번 더 뜨면… 소원을 빌어야 하겠네.”
하빈은 마음속으로 숫자를 세며 살짝 미소 지었다.
오늘 하루의 여운과, 방 안 가득 남아 있는 파티의 향기, 아이들의 웃음이 머릿속에 떠올랐다.
모든 게 조금은 달콤하게, 조금은 설레게 느껴졌다.
그는 그대로 조용히 앉아, 달빛과 함께 숨을 고르며 마음을 바라보았다.
손에 든 카드와 펜을 바라보며, 하빈은 다시 마음속으로 소원을 떠올렸다.
조용히, 하지만 또렷하게.
그 작은 생각이 달빛 속에서 조용히 반짝이는 것 같았다.
하빈의 마음 속 푸른 불꽃 하나가, 그렇게 천천히, 그러나 확실하게 살아 있었다.
말하지 않아도, 느낄 수 있었다.
오늘의 달과 오늘의 마음, 그리고 조금씩 쌓여가는 작은 설렘이 그의 하루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마치 밤하늘에 번져가는 폭죽처럼, 잔잔한 불꽃놀이를 바라보는 듯이.
본 작품 《빨간 커피를 마시는 여인》은 저자 채유달의 창작물로,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재·복제·배포를 금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