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지 않는 옷을 벗어던진 용기

by 김소하연

24년 7월 22일, 영업직으로서의 첫 출근.

이전 회사를 그만둔 뒤 일주일 후 나는 영업직으로 첫 출근을 했다. 소개로 가는 거라 누구보다 잘 보여야 하고 잘 해야 한다는 중압감이 나를 뒤덮었다. 첫 출근을 해서 내가 알아야 할 회사 제품 공부를 하고 제품 소개 교육도 간단히 받았다. 그리고 나는 바로 업무에 투입되었고 1:1 짝이 되어 차를 타고 여러 병원을 돌기 시작했다. 첫날이라 정신이 너무 없었다. 그냥 나와 짝이 되어 같이 외근을 나간 사람이 어떻게 하는지만 지켜볼 뿐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그렇게 하루는 끝나갔다.



그 주의 금요일, 나의 환영식이 있는 날이었다. 그 환영식에서 무슨 일이 벌어질지 감히 상상이나 했을까. 직무 특성상 회사에는 남자 직원만 있었고 더군다나 그 팀에서 나 혼자 여자였다. 나는 그냥 일만 잘해야겠다, 신입이지만 누구보다 잘해야 한다는 생각과 의욕이 넘치던 날, 팀 직원들은 하나같이 날 질투했고 시기했다. 첫 환영식에서 넌 왜 스트레이트로 회사에 들어오게 됐냐, 왜 너랑 나랑 직급이 같냐…. 등등의 시기 질투들이 날 힘들게 했다. 환영식 이후 나는 하루하루 정신없이 외근을 나갔다. 선배들과 외근을 나가며 단둘이 그 좁고 숨 막히는 차 안에서 적막이 흘렀다. 하지만 난 입을 열어야 했다. 일 관련 이야기가 아니더라도 일상생활 이야기 등 아무 이야기나 하라고 했다. 그래서 나는 나의 일상 이야기들, 퇴근하고 운동하는 이야기 이런 사소한 이야기를 했다. 하지만 다음날 회사에 가면 다른 직원들도 내 이야기를 다 알고 있었다. 왜지? 나는 한 사람한테만 내 이야기를 했을 뿐인데 다음날 회사에 가면 다른 직원들이 오히려 나에게 역으로 물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생각했지만 지나면 지날수록 나는 내 이야기가 내가 말하지 않은 사람이 나에게 묻는 게 싫었다. 그래도 그게 그 회사의 조직 문화라면 조직 문화이기에 나는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난 3개월 수습 기간이 있었기에 매초 매시간이 피평가자였다. 회식도 잦았다. 힘들고 피곤해도 그 조직에 적응하고 어울리려는 모습을 보여줘야 했기에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참석했다. 하지만 회식은 최악이었다. 매 회식이 끝나고 나는 눈물로 밤을 지새웠다. 나를 가운데에 놓고 양옆에는 선배들과 상사가 앉았다. 나를 가운데에 두고 나의 문제점에 대해 그리고 여자라는 이유로 날 난도질 해놓았다. 마치 난 도마 위에 올려진 생선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루하루 그만두고 싶었지만 날 소개해 준 사람이 항상 마음에 걸렸다. 그리고 난 당장 갈 곳이 없었다. 근무 시간에 제품 창고에 가서 몰래 눈물을 훔치고 화장실 가서 눈물을 훔치고 퇴근 후 집에 가서 울며 잠이 들더라도 난 버텨야 했다.



3개월 동안 난 총 2번의 평가를 받았다. 그중 2번째 평가에서 말이 너무 없다,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 열정이 없다는 평가를 받았다. 말이 없다는 건 내 이야기가 직원 사이에서 도는 게 싫어서 무슨 이야기를 해야 할까 싶어 깊은 생각을 하다 보니 말을 안 하게 된 것이다. 배우려는 의지가 없다는 건 모르겠다. 시험을 보더라도 나는 항상 기대치가 높았고 잘 보더라도 이건 외워서 시험을 본거지 네가 이해하고 시험을 본 게 아니다 이런 평가를 늘 들어서 열정과 의지가 없다고 느껴졌나 보다. 평가받고 부장님과 개인 면담을 할 때가 정말 괴로웠다. 나는 조직에 적응을 못 하는 사람으로 찍혀있었고 나는 바보가 되어 있었다. 그렇게 나는 최종적으로 영업직이 아닌 물류 담당자로 부서 이동이 되었다. 물류 담당자를 하면서 나는 제대로 된 인수인계도 못 받았고 하루 종일 창고에서 다른 영업 직원들의 제품을 챙겨주는 그런 사람이 되어 있었다. 큰 봉투에 제품을 가득 챙겨서 건네주며 이건 이렇게 챙기는 게 아니라고 내 앞에서 제품이 든 봉투를 쏟기도 하고 제품을 챙겨 병원에 가져다 달라고 택배 직원으로 취급하기도 했다. 이런 것들이 나를 너무 힘들게 했다. 회사 가기가 무서웠고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행동하는지 그게 너무 무서웠다. 3개월 만에 나는 맞지 않는 옷을 던져 버리기로 결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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