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할 권리

by 김소하연

요즘 당근에서 같이 공부할 사람을 구해서 아침에 행복하게 공부를 하고 있는데, 나보다 두 살 많은 언니라 배울 점이 많다. 강제적으로 가게 되니까 일석이조이기도 하고, 동네 친구도 생겨버려서 이제 제일 기쁘다.

30대에 접어든 이후로는 놀고 있는 동네 친구를 찾기가 어렵다. 30대는 아무런 준비 없이 퇴사를 한 친구들이 없다는 걸 더 확실하게 느낀다. 최근에 공기업 공채 시즌이라 조금씩 지원서를 넣고 있는데, 집 근처 대학교의 산학협력단 직무로 가고 싶어서 지원을 했다.


오늘 오전에 면접을 보러 오라는 문자가 왔다. 나는 지금 친구들 몇 명에게만 말했지만(부모님도 모름) 사회복지사 자격증을 따는 중이다. 법학과·행정학과 등록금으로 몇 천만 원을 쏟고, 학점은행제로 또 학사를 따고 있다는 소리다. 그것도 4년제 학사에서 또 다른 학사를 말이다. 하지만 후회는 없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능력 없는 내가 지속 가능한 직무를 선택했을 때, 사회복지는 내 성향에도 잘 맞았으니까 말이다.


누군가를 도와주면서 인정 욕구를 채우는 나에게 사회복지는 기반이 되어줄 자격증이었다. 그리고 이미 가지고 있는 직업상담사 자격증과 앞으로 붙을 예정인(?) 청소년상담사까지 더해서, 어떻게든 육아휴직을 쓰고 나서도 월 200만 원 이상은 벌고 싶은 나만의 플랜이다. 내가 사무직에 맞지 않는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번 선택은 만족스러웠다.


3월에는 실습을 하러 기관에 가야 했고, 지금의 나는 취업할 때가 아니다. 처음으로 당장 눈앞의 것만 본 것이 아니라 장기적으로 먼 곳을 바라봤다. 나는 계약직을 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사회복지를 버릴 마음도 없다. 목표가 뚜렷해졌음을 스스로 느낀다. 공부하는 목적을 모른 채 공부를 하다 보니 하기 싫은 마음이 들었는데, 이제는 집에 있어도 영어 단어를 외운다.


지금 나에게 공부는 나를 발전시킬 수 있는 소중한 기회이지 도피처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리고 나는 선택할 수 있는 권리와 거절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


나도 회사를 볼 권리가 있고, 선택할 권리가 있다는 것을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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