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아노 학원 문을 열면 정중앙에 놓여 있던 그 피아노. 사실 내향적인 성격상 구석 방에 들어가 문 닫고 연습하는 게 편했을 텐데 나는 이상하게 그 오픈된 공간에서 레슨받는 게 좋았다. 선생님이 옆에서 박자 맞춰주시고 다른 애들이 오가며 내 연주를 듣는 그 모습이 좋았다. "나 이만큼 쳐"라고 조용히 뽐내고 싶었던 일종의 '조용한 관종'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그냥 흔하디흔한, 색깔 없는 어른이 됐다.
꿈? 방향? 그런 거 생각할 겨를도 없이 그냥 하루하루 산다. 그때 그 중앙 피아노에서 느꼈던 근거 있는 자신감은 다 어디로 갔을까. 남들 시선 즐기던 그 꼬마는 사라지고 이제는 남들 눈에 안 띄기만 바라는 겁쟁이 어른만 남은 것 같아 씁쓸하다. 잘하는 게 하나라도 있었던 그때가 가끔은 그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