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영어학원에서 같이 일했던 동료 동생의 청첩장 모임에 간다. 우리는 학원 다닐 때 정말 힘든 시간을 함께 겪었고 서로 의지하며 지냈다. 동생의 결혼은 분명 기쁜 소식이고 축하해줘야 마땅한 일이다. 하지만 내 마음은 생각만큼 개운하지가 않다. 동생을 아끼는 마음과 별개로 내 처지가 자꾸 의식되기 때문이다.
진심으로 축하해주고 싶은 마음 한편에 씁쓸함이 뒤섞여 있다. 이런 모순적인 내 모습을 마주하는 것이 괴롭다. 내가 속이 좁은 사람이라서 그런 게 아니라 지금 내 상황이 여유가 없다 보니 감정도 솔직하게 나오지 않는 것 같다. 축하하러 가는 자리임에도 마음이 무겁고 도망치고 싶은 기분까지 든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는 나의 공백기다. 취업을 못한 지 벌써 1년이 넘었는데 모임에서 내 상황을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모르겠다. "요즘 뭐 하고 지내?"라는 일상적인 질문이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대답하기 어려운 숙제처럼 느껴진다. 딱히 내세울 성과가 없는 상태에서 나를 드러내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위축된다.
남들은 취업도 하고 결혼도 하며 인생의 다음 단계로 나아가는데 나만 여전히 같은 자리에 멈춰 서 있는 것 같다. 내일 모임에서 웃으며 대화에 참여할 수 있을지 자신감이 없다. 축하의 말을 건네면서도 속으로는 내 초라함을 생각하겠지. 이런 모순된 나의 마음에서 해방되어 마음껏 축하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