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에도 이름이 있다면

by 새벽의 틈

<감정에도 이름이 있다면>

감정에도 이름이 있다면

내가 느끼는 지금 이 감정은 열등감이다

기쁨, 즐거움, 사랑

부를수록 예쁜 이름들이다

하지만 열등감은

그 이름을 결정하는 순간

나 자신이 더 처참해지고 싫어진다

이름을 짓는 순간 자신이 더 처량해지기 때문에

사람들은 주로 피하는 것 같다

열등감이라는 감정을

대신 두리뭉실하게 포장한다

자신이 느끼는 열등감을 최대한 덜 처량하게

하지만 감정을 직면하지 못하고 피하기만 한다면

꼬리표처럼 따라다닐 것이다 나를

죽을 때까지

나 자신도 모르게 열등감에 쪄 들어가

느끼는 순간마다 괴로워할 것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 내 감정을

열등감이라 이름 짓는다

그리고 해석한다


어렸을 땐 나를 다른 사람들과 비교하며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들까지 열등감을 느꼈다

쟤는 나보다 예뻐

쟤네 집은 우리 집 보다 더 잘 살아

사람들은 나보다 쟤를 더 좋아해


이젠 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것, 바꿀 수 없는 것은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는 것

받아들여야 비로소 그 감정을 뛰어넘고 내가 온전해진다는 것

하지만 오늘 느끼는 열등감은

내 안에서 끓는다

왜냐면 나에겐 충분한 기회와 시간이 주어졌는데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내가 해야 할 일을 완벽하게 하지 못했는데

다른 할 일 들로 시간을 허비한 것 같다

물론 방학이고, 사람이 쉬는 시간도 필요하지만

그래도 해야 될 일을 조금만 했더라면

내가 오늘 느낀 열등감이 그리 따갑게 느껴지지 않았을 텐데

바로 받아들일 수 있었을 텐데

내가 오늘 느낀 감정이 열등감이라는 걸 인정하고

이 글을 쓰고 나니

내 감정의 온도가 좀 내려간 것 같다

내가 받아들이고 삼킬 수 있을 만큼은 내려간 것 같다

우리는 사람이다

항상 완벽할 수 없고 감정도 느낄 수 있다

중요한 건

받아들인다는 것

나의 지금 모습을

그리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

감정에 실려서 질주하는 게 아니라

천천히, 나의 페이스에 맞게

그러려면 가끔 올라오는 불덩이 같은 감정들을

호호 불며 식히면서 소화시켜야 된다

그러면 다음엔 따갑게 느껴지지 않을 거다 그 감정이

왜냐하면 한번 소화시켜 봤고

어떻게 식히는지도 아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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