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품

by 새벽의 틈

<거품>

아무 일정도 잡히지 않은 나지막한 하루

점심을 먹고 차를 마신다

하얀 찻잔에 다홍색 차를 조심히 따른다

찻잔을 손에 넣으며 느껴지는 온기

그 따뜻함이 나를 감싼다

차 윗부분에 둥둥 떠있는 거품들

평소 같았으면 그냥 지나쳤을 거품들이

오늘따라 또렷하게 보인다

거품은 기체가 액체 속에 포획되어 생긴 얇은 막이다

왜 인지 모르겠지만

액체 안에 사로잡힌 기체인 거품들이

또렷하고 아름답게 보인다

세상 속에 사로잡힌 나 같다

보통 누군가, 또는 무엇이 거품이다고 말할 땐

긍정적인 의미를 담고 있지 않는다

그런데 오늘따라 아름답게 보이는 거품들

왠지 모르게 마음이 간다

우리는 수없이 많은 세상 사람들 중 한 명이다

하지만 ‘나’로 서만 살아갈 수 있는 세상이다

다수 중 하나라고 느낄 땐 거품처럼 작게 느껴지지만

‘나’의 시선으로 세상을 바라볼 땐 내가 특별한 느낌이다

마치 액체가 아닌 기체처럼

거품은 언젠가 사라진다

사람도 언젠가 생을 마감하고 사라진다

‘나’의 인생은 온 우주 속 거품 같은 존재지만

잠시나마 액체 속에서도 특성을 지킨 기체처럼

‘나’를 아끼고 사랑하고 싶다

그러면 선명하게 보일 것 같다

‘나’의 아름다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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