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대 중반쯤이었던 것 같아요. 그때는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집에서 빈둥거리고 있었죠. 그러던 중, 할머니께서 많이 편찮아지셔서 병원에 입원해 계셨어요. 집에서 빈둥거리는 것이 죄송해서 할머니 병문안을 갔습니다. 그런데 할머니가 치매 증세가 있으셔서 그랬는지, 처음에는 저를 잘 알아보지 못하시더라고요. 그 모습에 가슴이 너무 아프고 속상했죠.
마침 그때 고모가 할머니를 돌보고 계셨는데, 일하러 가야 한다면서 저보고 잠시 옆자리를 지키고 있어 달라고 하셨어요. 저는 알겠다 하고 잠시 할머니 곁을 지키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20대 남자아이가 이런 간병 일을 해봤을 리 만무하죠. 당연히 아무것도 몰랐어요. 할머니가 거동을 못 하시니 누워서 소변을 보시고, 소변 패드를 치워드려야 하는데, 저는 그런 간병 지식은 전혀 없었습니다. 패드 교체뿐 아니라, 의사소통도 되지 않아 할머니가 무엇을 원하시는지 파악하는 것도 어려웠습니다. 그럴 때마다 지나가는 간호사를 붙잡고 도와달라고 애원하듯 부탁하곤 했죠.
하지만 그런 도움 요청도 한두 번이지, 반복되니 간호사들도 힘들어하는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이럴 거면 전문 간병인을 쓰시는 게 나아요"라는 말을 돌려 듣기도 했고요. 하지만 그건 저의 능력 밖의 일이라 그저 죄송하다는 말밖에는 할 수 없었습니다.
그렇게 며칠을 할머니를 간병하며 보냈습니다. 고모도 제가 힘들어하고 잘 해내지 못한다는 이야기를 들으셨나 봐요. 그때 이후부터는 전문 간병인을 쓰게 되었죠. 그런데 그때 저는 간호사들이 너무 미웠습니다. 당시 저는 '내가 뭘 그렇게 잘못했다고 저러지?', '저들의 본연의 업무인데, 잠깐 도와줬다고 불평할 수 있나?' 하고 생각했습니다. 그때 저는 정말 어렸던 것 같아요.
하지만 시간이 흘러 사회생활을 하면서 그 생각은 180도 바뀌었습니다. 저도 저의 역할과 책임을 다하느라 바쁜 와중에, 누군가의 '예상치 못한 부탁'이 얼마나 큰 부담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알게 되었죠. 이제 와 돌아보니, 당시 간호사들에게 저는 그저 짐 덩어리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친할머니를 위해 기꺼이 시간을 냈던 나였지만, 결국 누군가에게는 시간과 노동력을 빼앗는 '민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는 사실에 마음이 쓰립니다. '왜 여기 있어서 자기들을 힘들게 하나' 싶은 그런 존재였을 겁니다.
아직 '덜 자란' 20대였던 그때는 나의 상황과 감정만 중요했지, 타인의 입장을 헤아릴 줄 몰랐습니다. 그 시절의 미성숙했던 나를 마주하며, 타인의 시간과 노력에 대한 존중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