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바빠야만 괜찮은 사람이야?

by 괜찮지않은사람

도대체 왜 우리는 바쁜 걸 자랑처럼 말하게 됐을까.
스케줄표에 빈칸이 없어야 뭔가를 이루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고, 손에 들고 있는 일이 많을수록 사회에 필요한 사람처럼 보이게 된다. 멈춰 있으면 뒤처지는 것 같고,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있는 날이면 마음부터 불안해진다. 쉴 틈 없이 돌아가는 세상에 내가 정지화면이 된 것 같아서, 나만 이대로 멈춰선 안 될 것 같아서 괜히 초조해진다.

그러다 문득 든 생각.
나는 언제부터 ‘바쁜 나’를 좋아하게 된 걸까.
사실은 몸이 피곤하고 정신이 지쳐 있는 와중에도, 바쁘게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 하나로 안심하곤 했다. 주말에도 약속을 만들고, 쉰다고 해놓고는 집 안일에 업무까지 끌어안는 걸 멈추지 못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닌데, 내가 나를 쥐어짜듯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유는 하나였다. 바쁘지 않으면 괜찮은 사람이 아닌 것 같아서.

누가 그런 기준을 만들었을까.
꼭 새벽에 일어나야 부지런한 사람이 되고, 하루를 쪼개 써야 유능한 사람이 되는 것처럼. 쉴 틈 없이 자신을 채찍질하는 사람만이 자기 삶에 진심인 것처럼. 그렇게 바쁘지 않은 사람은 덜 열심히 사는 거고, 게으른 취급을 받는다. 아무리 균형 있게 살고 싶어도, 그런 기준이 머리에 박혀 있으니 쉼조차도 ‘생산적인 휴식’으로 꾸며야 할 것 같았다. 대체 그건 또 무슨 말일까. 쉼은 그냥 쉬는 거지, 왜 거기에도 자격과 정당성이 필요한 거지.

우리는 지금, 너무 많은 피로와 불안 속에서 살고 있다.
일은 끝이 없고, 내 삶은 늘 뒷전으로 밀린다. 그러다 보면 자신이 무엇을 위해 이토록 바쁘게 사는 건지조차 잊어버린다. 다른 사람의 기대, 사회가 요구하는 기준, 스스로 만들어낸 ‘이상적인 나’에 맞추느라 정작 진짜 나의 욕구는 하나도 듣지 못하고 있는 채로 말이다.

그러니까 다시 묻고 싶다.
꼭 바빠야만 괜찮은 사람이야?
당연히 아니다. 멈춰 있다고 해서 가치가 줄어드는 건 아니고, 조용한 하루를 보내는 사람이 무기력한 것도 아니다. 나에게 필요한 시간은 늘 바쁘게 움직이는 하루가 아니라, 스스로를 바라보고 가만히 안아주는 시간일지도 모른다. 일이 나를 증명해주는 것도 아니고, 바쁜 일정이 나의 존재를 입증해주는 것도 아니다. 그런 착각에 빠져 계속 달리기만 하다 보면, 나중엔 방향을 잃고 무너진다.

정말 중요한 건, 속도가 아니라 방향이다.
빠르게 사는 것이 반드시 잘 사는 것도 아니고, 많은 걸 해내는 것이 무조건 좋은 것도 아니다. 오히려 중요한 건 지금 내가 어디에 서 있는지, 내가 선택한 이 길이 내 마음에 맞는지, 나는 지금 나를 존중하며 살고 있는지다. 삶을 잘 산다는 건 어쩌면 자기 속도대로, 자기 방식대로 살아가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나는 더 이상 바쁜 사람이 아닌 나를 부끄러워하지 않기로 했다.
쉼이 필요할 땐 쉬고, 아무것도 하기 싫은 날엔 그 감정을 인정해주기로 했다. 나 자신에게 “지금 이대로도 괜찮아”라고 말해주기로 했다. 아무리 세상이 ‘더, 더, 더’를 외쳐도 나는 ‘덜, 덜, 덜’로 살아보기로 했다. 비워내고, 멈추고, 쉬는 연습. 그건 게으름이 아니라 용기다.

살아가는 데 꼭 바빠야만 할 필요는 없다.
가끔은 느릿하게, 천천히, 나답게 살아도 괜찮다. 그러다 보면 잊고 있었던 마음의 여백이 찾아오고, 무엇보다 ‘나’라는 사람을 다시 발견하게 된다. 결국 삶의 주인은 나니까. 내가 허락하지 않으면 그 누구도 내 삶을 대신 살아줄 수 없으니까.

그러니 괜찮다. 오늘 하루, 아무 일도 하지 않아도.
당신은 이미 충분히 괜찮은 사람이다. 바빠야만 괜찮은 사람이 아니라, 당신 그 자체로 괜찮은 사람. 그걸 잊지 말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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