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버티는 중인데, 왜 죄인 같지

by 괜찮지않은사람

요즘은 하루하루를 살아냈다는 사실만으로도 벅차다. 정말 그거 하나로도 내게 박수를 쳐주고 싶을 만큼, 삶은 쉬운 게 아니다. 그저 견디고 있다는 이유로 스스로를 다독여야 할 정도로, 나는 애쓰고 있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그런 ‘버팀’이 당당하지 못했다. 나는 내가 무언가 잘못이라도 하고 있는 것처럼 느껴졌다. 숨만 쉬고 있는데 죄책감이 밀려왔다.

문득 깨닫는다. 우리 사회는 ‘버티고 있는 사람’에게도 잣대를 들이댄다는 걸.
열정이 없어 보인다는 이유로, 의지가 부족하다는 말로, 지금도 충분히 애쓰고 있는 사람에게 더 열심히 살라고 말한다. 잘 해내지 못하면 나약하다고 평가하고, 조용히 있으면 게으르다고 단정지어버린다. 그러니까 나는 점점 더 말이 없어졌고, 내 이야기를 꺼내는 게 두려워졌다. 아무도 내 이야기를 들으려 하지 않으니까. 애써봤자 ‘핑계’로만 들릴 테니까.

나는 그냥 살아보려고 했던 거다.
거창한 꿈도 아니었다. 잘 먹고, 잘 자고, 마음 편하게 숨 쉬는 그런 삶. 그런데 그게 그렇게까지 어려운 일이었나 싶다. 다들 ‘버티는 중’이라는 걸 알지만, 누구도 서로에게 ‘잘 버티고 있다’고 말해주지 않는다. 그저 빨리 나아가야 하고, 더 앞서 있어야만 하는 경쟁 속에서 우리는 하나둘씩 자기 존재를 놓쳐간다. 살아내는 게 아니라, 살아지는 삶. 그 안에서 우리는 자꾸만 ‘살아남은 사람’이 되길 강요받는다.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나도 나를 의심했다.
지금 내가 잘못 살고 있는 건 아닌가. 좀 더 열심히 했어야 했던 건 아닐까. 나보다 더 힘든 사람도 많은데 나는 너무 약한 건 아닐까. 하지만 곰곰이 생각해보면, 그 질문은 전부 잘못된 방향을 향하고 있었다. 내 마음을 먼저 살피기보다, 세상이 정해준 틀 안에 맞춰 나를 끼워 넣으려 했기 때문에 더 괴로웠던 거다.

단지 쉬고 싶었을 뿐인데, 그게 죄가 되는 사회.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선택이 비난받는 현실. ‘무언가를 하지 않는 상태’가 불안과 수치심으로 돌아오는 구조. 그러니 그냥 있는 그대로 존재하고 싶은 내 마음은 늘 위축될 수밖에 없었다. 내 삶인데도, 내 템포로 살아갈 권리가 없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죄인처럼 느껴지고, 무언가를 하지 않으면 소외되는 세상. 그 안에서 나는 점점 투명해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제는 말하고 싶다.
나는 그저 버티고 있을 뿐이라고. 하루를 통과하며 스스로를 겨우 붙잡고 있다고. 그 자체로 충분히 애쓰고 있는 거라고. 누구보다도, 나 자신이 그 사실을 인정해줘야 한다고. 누가 뭐라 해도 지금 이 삶을 포기하지 않았다는 것, 그거 하나로도 나는 나를 칭찬받을 자격이 있다는 걸. 눈에 보이지 않는 고통도 있고, 설명할 수 없는 무게도 있는 법이니까.

나는 다만 살아내고 싶었다.
그 흔한 행복이라는 말도, 성공이라는 말도 바라지 않았다. 그저 무너지지 않고 숨 쉴 수 있는 하루를 보내고 싶었을 뿐이다. 그런데 왜 그게 죄가 되어야 하는 걸까. 누구도 그런 기준을 강요할 자격은 없다. 우리는 누구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살아간다. 그리고 그 방식이 다르다고 해서, 그 누구의 삶이 덜 의미 있는 건 아니다.

당신이 지금 버티고 있다면, 당신은 잘하고 있는 거다.
당신이 지금 숨 쉬고 있다면, 당신은 살아 있는 거다.
그게 죄가 아니라는 걸, 그게 나약함이 아니라는 걸, 나부터는 잊지 않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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