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나온 길을 스스로 위로하기

by 괜찮지않은사람

돌이켜보면, 나는 참 많은 길을 걸어왔다. 그 길은 누군가가 대신 걸어준 적이 없었고, 길목마다 ‘여기서 잠시 쉬어가도 된다’는 표지판 같은 것도 없었다. 대부분의 시간, 나는 스스로 판단하고, 스스로 버텼다. 때로는 그 버팀이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고, 때로는 ‘이렇게라도 해야 한다’는 강박이었다. 그렇게 쌓인 발자국 위에 나는 오늘의 나로 서 있다.

그동안 누군가가 내 수고를 알아봐 주길, 잘 버텼다고 말해주길 바랐다. 그러나 현실은 달랐다. 사람들은 결과만 보았고, 내가 그곳에 이르기까지의 고단한 과정을 궁금해하지 않았다. 처음에는 서운했고, 점점은 익숙해졌다. 하지만 익숙하다고 해서 덜 힘든 건 아니었다. 그저 표현하지 않을 뿐, 마음속에는 여전히 보듬어지지 않은 나날들이 있었다.

그래서 이제는 내가 나를 위로하기로 했다. ‘그때 정말 수고했어’라고. 다른 누군가의 인정이 아니라, 내 스스로의 인정이 필요했다. 눈물 삼키던 날들,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돌아서던 순간들, 하고 싶은 말을 끝내 삼키고 집으로 돌아오던 저녁들. 그 모든 날을 지나온 나를, 내가 안아주기로 했다.

위로는 거창할 필요가 없었다. 작은 말 한마디, 스스로를 위한 사소한 선물, 잠시 숨 고르는 시간. 그런 것들이 쌓일 때, 마음속 깊이 응어리졌던 것들이 조금씩 풀렸다. 예전에는 ‘괜찮아, 원래 이런 거야’라며 스스로를 몰아붙였다면, 이제는 ‘그날은 그럴 수밖에 없었어’라고 부드럽게 말해준다. 그 인정이 나를 단단하게 만들었다.

물론 나 자신을 위로하는 일은 쉽지 않았다. ‘이 정도로 힘들면 안 된다’, ‘다들 잘 버티는데 나는 왜 이럴까’라는 생각이 습관처럼 따라붙었다. 하지만 그럴 때마다 다짐했다. 나는 남이 아니라 나고, 남의 속도가 아니라 나의 속도로 걸어야 한다고. 누군가의 기준이 아니라, 나만의 기준으로 버텨온 나날을 존중해야 한다고.

그 길 위에는 수많은 실패도 있었다. 되돌리고 싶은 선택도 있었고, 아예 지워버리고 싶은 기억도 있었다. 하지만 시간이 지나고 보니, 그 모든 순간이 지금의 나를 만드는 재료였다. 상처가 없었다면 배울 수 없었던 것들, 무너져보지 않았다면 알 수 없었던 단단함. 결국 나는 그 모든 과정을 견뎌냈다.

이제 나는 내 발자국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조금 비틀어지고, 멈추었던 흔적까지도 나의 일부로 인정한다. 그 길이 완벽하지 않았기에, 오히려 더 나다웠다. 그리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남들이 뭐라고 하든, 나는 나의 길을 걸을 것이고, 그 길 끝에서 또다시 나를 위로할 것이다.

혹시 지금 이 글을 읽는 당신이, 자신이 걸어온 길을 하찮게 느끼고 있다면 부디 잊지 말았으면 한다. 그 길을 걸은 건 오직 당신뿐이고, 그걸 버틴 건 당신이었다는 사실을. 그 누구도 대신 가져갈 수 없는 당신만의 기록이 거기에 있다. 그러니 그 길 위에서, 스스로를 안아주자. 그게 가장 확실한 위로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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